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미 Jun 08.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선택한 이유



앞서 동거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1화 참고)




이번에는 동거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앞서 부정적인 내용을 주로 적었기 때문에 이쯤 되면 그럼 왜 같이 사느냐는 의문을 가지셨을 거라 생각했다. 시작이 심플했던 만큼, 같이 살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꽤나 심플했다.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라서.




과거 연애를 했을 때, 만나는 사람 중 단 한 명도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물론 어린 시절 만났던 사람들은 나와 같은 학생이었기 때문에 만나는 동안 '안정감'이라는 감정을 주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안정은 '심리적, 물질적, 정신적'인 이유를 포함한다. 여태 만났던 남자들은 나에게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지 못했었다. 물질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기대를 가지고 사람을 만났었다.




미래가 투명한 사람이라서.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보다 본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단비는 돈 욕심도 전혀 없고, 담배 살 돈과 종종 술을 마실 수 있는 용돈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달 30만 원만 있어도 본인은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정말 그랬다.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성실하다. 그 점이 너무 좋았다. 나는 욕심도 많고, 물욕도 많은 사람인데 단비는 나랑 정반대라서. 이 사람과 같이 지내다 보면 나도 저런 모습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물욕이 많이 줄었다.




잔잔한 바다 같은 사람이라서.




단비가 바다라면, 나는 파도다. 파도가 아무리 몰아쳐도 바다는 곧 잠잠해진다. 나는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내 감정의 예민함이 잘 드러나는 사람인데 (예를 들면 가족과 연인 혹은 20년 지기들) 단비는 그런 나를 곧잘 감당했다. 물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 결과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감정에만 솔직해지기까지 서로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단비 얼굴이 지극히 내 취향이라 단비 얼굴만 보면 풀리는 것도 많다.




고집불통이던 단비가 끈질긴 나의 설득(?)에 점점 다정해지고 있는 것도, 가끔 나 스스로도 어이없는 내 모습을 보면서 웃어주는 것도,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는 것도 너무 좋다. 20대의 마지막부터 내 30대의 시작을 함께 한 단비와 앞으로 40대, 50대, 60대의 처음까지 함께하면 참 좋겠다. 쌓이는 시간만큼 서로를 더 사랑하고 있으면 좋겠다.

이전 13화 결론은 역시 비혼이다 (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