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장점에 대해 얘기했으니 이번주는 단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많이 생각하는 단점 중 하나가 '집안일'일 텐데,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물건 정리부터,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 등. 혼자 하던 일이 2배가 되기 때문에 잘 분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누가 더하고, 덜한 상황이 생기겠지만 서로 최대한 배려하고 서로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단비가 흡연자이기 때문에 나갈 때 종종 분리수거를 손에 들려주는데, 잘해주는 날도 있지만 짜증 내는 날도 많다. (그렇다고 내가 전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두 번째는 개인 프라이버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남과 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쉽지 않다. 나는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어 그 단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잠버릇이라거나 나는 쉬고 싶은데 상대방은 잠을 자지 않는다거나. 내가 자고 있는데 친구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등의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심지어 그때는 원룸에서 같이 살았으니 사생활을 더 침해받는 환경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서재와 침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서재는 현관 가까이 있어서 사실상 잘 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동거 시작학 얼마 안 됐을 때야 퇴근 후에도 붙어 있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동거 기간이 길어지면서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게 됐다. 저녁을 먹으면 단비는 서재에서 게임을, 나는 노트북으로 내 개인 업무를 처리한다.
세 번째는 화장실이 불편해진다. 아직 생리 현상을 모두 트지 않았다. 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있을 때 화장실 가는 게 아직도 너무 불편하다. 씻고 나왔을 때도 단비가 서재에 있거나 침실에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네 번째는 온도 조절이다. 나는 더위도 추위도 많이 탄다. 혼자 살 때는 18~20도 사이로 에어컨 온도를 유지했을 정도로 에어컨에 쓰는 전기세는 아끼지 않았다. 어차피 여름 한 때이고, 내가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단비는 말로는 더위를 탄다고 하면서 내가 온도를 낮추면 춥다고 올려달라고 요청한다. 겨울에는 반대다. 나는 5월까지 전기장판을 틀어야 하고, 9월 말이면 전기장판을 꺼내든다. 단비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자는 상황이 생긴다. 하필 나 혼자 살 때 쓰던 전기장판이라 반반 온도 조절도 안된다. 그렇다고 말짱한데 새로 살 수도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단비 쪽으로 선풍기를 틀어준다.
다섯 번째는 청결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전 편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외출복을 입고 침대에 눕지 않는 것과 정리 정돈이 나와 극과 극이다. 단비는 한번 쓴 물건을 제자리에 둘 줄 모른다. 그러면서 매번 나한테 물건이 어딨 냐고 묻는 상황이 반복된다. 서재 속 책상 의자에 항상 외출복과 입었던 옷을 걸어두는데, 나는 의자 위에 옷을 걸어두는 걸 싫어한다. 작업할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담배 냄새까지 배어있어서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 바로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근데 나도 나만의 더티존(?)이 있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면서 맞춰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사실 단점이라고 굳이 다섯 가지를 적었지만,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같이 살기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어느 정도는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와 100% 맞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서로 양보하면서 살아야지 별 수 있나.
어려서부터 우리 집 가훈은 '더불어 살자.'였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3년 차가 되니 이제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서로를 닮은 생활 습관과 패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퍽 싫지 않았다. 또 다른 가족, 가족과 애인 사이 그 어디쯤 존재하는 단비의 존재가 제법 특별해졌다. 가끔 잔소리할 땐 그냥 재워버리고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