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를 끝으로 이 브런치 북은 마치려 한다. 연애의 끝이 결혼이 아니듯, 동거의 끝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끝이 어디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끝이 난다면, 그 끝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생각이다.
나는 혼전 동거에 격하게 찬성하는 사람이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이 글을 적었다. 이성은 연애하기 전과 후, 같이 살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결혼하기 전과 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혼은 내가 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다. 그냥 내 추측이다.)
내 친구 중에 이혼한 친구가 있다. 양가 부모님은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었다. 서로 인연이 없을 때 만나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연애를 시작했고, 양가 부모님이 다 아는 사이라 조금 이른 나이에도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만난 지 1년 정도 됐을 때 식을 올렸었나, 1년 만나고 식을 올렸었나 잘 기억이 안 난다. 결혼 초반에는 행복한 것 같았지만, 결국 아이를 낳고 이혼을 선택했다. 지금은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그 과정이 분명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같이 살기 전까지 그 내면을 다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살면서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한 건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속았던 건지.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절대 같이 살 수 없다는 것. 그런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기 전에 동거를 통해 걸러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검증 후에 시작해야겠지만 말이다.
난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 혼자 사는 게 쉽지 않았는데, 같이 사는 것도 혼자 사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그래도 확실한 건 외롭진 않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이 과정이 나는 너무 좋다. 결혼이든 동거든 앞으로의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선택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성인 이후 내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건 친구보단 남자친구가 아닐까? 친구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사이니까 말이다.
동거에는 분명 많은 장점이 존재한다. 그와 동시에 책임도 져야 한다. 그 두 개를 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결혼을 해서도 분명 잘 살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이 모쪼록 현명한 선택을 하고, 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