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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장장 Aug 18. 2019

HBR, 삼성 디자인경영 전략

21세기는 공감한 것을 만드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삼성은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첫 해로 선언했다, 조직혁신의 방법으로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20년 후 디자인 강자로 인정받았다. 디자인을 통한 독창적인 조직문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5년 9월호에 게재한 성은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되었나(How Samsung Became a Design Powerhouse by 유영진 and 김경묵)에서 삼성의 3단계 디자인씽킹을 통한 상품화 방법을 발췌, 정리한 글입니다. 신상품 발굴과 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어 : https://hbr.org/2015/09/how-samsung-became-a-design-powerhouse


한국어 : https://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1_1/article_no/579


과제

삼성전자는 세계 수준의 브랜드가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 혁신을 뒷받침할 디자인 중심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문제점

디자이너들은 회사에 깊이 뿌리내린 효율 중심의 경영 관행 때문에 수시로 장벽에 부딪혔다. 현상유지를 중시하는 관리자들이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비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했다.


해결책

삼성은 전략적 사고 능력과 끈기가 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조직을 결성했다. 바로 그 전략적 사고능력과 끈기 덕분에, 이 디자인 조직은 '공감', '시각화', '시장에서의 실험'과 같은 디자인씽킹 방법을 사용해 혁신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다.



조직 전체에 대해 공감 능력 발휘하기

대기업에서 혁신 프로세스는 길고도 복잡하다. 디자인팀의 신제품 구상이 극찬을 받고 임원들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조직의 아래로 내려가면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사용자 경험 전문가, 팀 리더, 관리자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급업체 관계자들까지 포함해 여러 사람의 의사결정을 거치며 살아남아야만 한다. 각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다른 부서의 우선순위 때문에 밀려날 수도 있고, 프로세스의 방향을 급진적 혁신이라는 위험지대에서 점진적 변화라는 안전지대로 돌리려고 하는 강력한 경향으로 인해 밀려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 TV사업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인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일반적으로 비디자인 부서에서는 기존에 있는 기술로 기존 제품을 좀 더 우수하고 좀 더 신속하게 생산하기만 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원칙을 기꺼이 수용하는 기업에서조차도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가 원안대로 추진되게 하려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내내 다른 부서의 의사결정자들을 상대로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인 팀장)가 일명 ‘벤츠폰’(노르웨이의 한 신문에서 이 제품을 벤츠에 비유하면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의 아이디어를 ‘납득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자. 이 제품은 플립형 휴대폰 최초로 외부 안테나를 장착하지 않았다. 당시 책임 디자이너였던 그는 엔지니어들을 설득해 안테나를 없애려면 단순히 휴대폰의 외관을 예쁘게 만들겠다는 것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았다. 엔지니어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그는 일반적인 디자이너의 역할을 훌쩍 뛰어넘어 엔지니어의 사고방식을 취함으로써 휴대폰 내부에 더 크고 효과적인 안테나를 넣을 공간이 확보되는 새로운 힌지 디자인을 내놓았다. 그리고 신호 수신율을 향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도료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는 사용자만이 아니라 엔지니어의 입장도 배려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엔지니어들의 마음을 얻어 제작된 휴대폰은 총 1천만 대의 매출을 올렸다.


디자인에는 공급업체들의 지원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새로운 디자인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한들 부품 제조업체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예컨대 원 디자인 평면 TV의 개발에 착수했을 때 삼성은 LCD 패널 공급업체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이 업체에서 주력으로 공급하는 패널은 부품을 보호하는 내부 커버가 장착된 형태를 띠었다. TV 제조사들은 거기에 외부 커버를 장착하려 했는데, 그러면 일반적으로 최종 제품의 옆면이 두꺼워지기 마련이었다. 디자이너들이 구상한 제품은 메탈 재질의 얇은 TV였기 때문에 삼성에서는 해당 공급업체가 내부 커버를 제외해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저희 말이 통하질 않았어요”라고 삼성 TV의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상무는 회상한다. “그 회사는 표준화된 LCD 패널을 완성품으로 만들어 다른 TV 제조업체들에도 공급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굳이 저희 같은 한 고객사의 단일 모델을 위해서만 다르게 만들어줄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삼성의 디자이너들은 자사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LCD 패널 시스템용 공급사슬 모델을 개발해냈다. 이는 운반비가 극적으로 절감될 수 있는 모델이었는데, 그 이유는 커버가 없으면 똑같은 공간에 실을 수 있는 LCD 셀의 수가 10배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을 공급업체와 나눔으로써 삼성은 커버 없는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디자인씽킹을 통한 상품화 조직체계


미래를 시각화하고 문제의 프레임을 재설정하기

기업의 경영자들은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도록 훈련돼 있다. 이것이 예산 기획의 핵심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자이너들은 과거를 뛰어넘는 생각을 하도록 훈련돼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의사결정자를 설득해 미래에 대한 과감한 비전을 위한 모험에 뛰어들게 하려면 관리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각화는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을 잇는 다리를 놓고 회의론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원하게끔 설득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지닌 도구다.


갤럭시 노트의 개발 사례가 좋은 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스마트폰과 갤럭시탭 태블릿을 선보인 직후, 해당 디자인팀의 일부 디자이너들은 아직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알아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많은 지식노동자들이 지갑 크기의 다이어리에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고 일정을 기입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는데, 4인치 스마트폰이나 9인치 태블릿은 수첩의 대체재로 적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디자인팀은 펜을 이용한 조작 방식과 5.5인치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스마트 다이어리를 고안했다.


디자이너들이 이 개념을 경영진에게 소개하자 화면 크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마케터들은 휴대폰 화면이 절대로 5인치를 넘어가면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이 실물 모형을 만들어서 보여준 뒤에도 경영자들은 사용자들이 그렇게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들 말로는 혁신, 혁신하면서도 막상 본론에 들어가면 변화를 원하지 않아요.” 무선사업부 디자인 팀장의 말이다. “사람들이 말했죠. ‘이거 팔리겠어.’ ‘손으로 쥐고 있을 수가 없잖아.’ ‘이런 걸 어떻게 얼굴에 가져다 댈 수 있겠어?’ ‘이걸 사려는 이유는 딱 하나,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려는 걸 거야.’”


시장에서 새로운 크기가 수용되려면 스마트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디자인팀은 조직 내에서 대화의 프레임을 재설정함으로써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실물 모형을 만들어 훗날 수많은 모방 제품을 낳게 된 ‘스마트 커버’의 효시가 되는 제품을 시연한 것이다. 스마트 커버는 닫혀 있더라도 사용자 경험 소프트웨어와 연결돼 사용자가 조작 가능한 화면을 표시해준다. 이 모형은 휴대용 다이어리에 더 가까워 보였고, 디자인 리뷰를 위한 회의에 참석한 이들도 그런 방식으로 보면 이 신형 휴대폰이 아주 커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통해 삼성은 패블릿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냈고, 이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현재 삼성은 스마트 커버 개념을 노트 시리즈보다 작은 갤럭시S 시리즈에도 적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직접 실험하기

사내에서 급진적인 변화에 필요한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공감과 시각화만으로는 역부족일 때도 있다. 삼성의 디자이너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다듬으며, 시장 데이터를 동원해지지 세력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2003년 무렵, 삼성의 디자이너들은 자사 TV의 미적 가치를 키우기를 원했다. 그 계기는 TV라는 물건의 정의에 의문을 제기한 프로젝트였다. 에스노그라피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TV가 켜져 있는 시간보다 꺼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TV가 주로 가구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TV가 시각적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워야 한다고 디자이너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화면 양쪽에 붙어 있는 스피커를 다른 위치로 옮겨서 숨겨버리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디자인을 변경하면 음질 저하라는 대가가 불가피하게 따르게 되겠지만 디자이너들은 TV 음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예전과 전혀 달라졌다고 믿었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이 TV를 홈시어터 시스템과 연결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음질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므로 타협을 해도 무방하다고 봤다. 그래서 화면 밑에 스피커를 숨기고 아래로 향하는 스피커 구멍을 만들었다. 소리가 TV 하단부의 우아한 V자형 날(edge)로 뻗어가서 시청자에게 반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TV에서 우선순위가 화질, 음질, 사용성, 외양 순이라는 기존의 TV 디자인 상식을 여전히 믿고 있었다. 디자인경영센터 전무의 말에 따르면 CEO는 스피커를 화면 아래에 넣는다는 발상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디자인팀은 유럽 시장에서 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기를 강력히 권했다. 이 모델이 대히트를 기록하자 CEO를 비롯해 마케터와 엔지니어를 포함한 TV 개발팀 전체가 이 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실험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디자인팀은 TV 테두리에 광택이 나는 흰색을 입히고 하단부를 빨간 V자형 날로 마감한, 훨씬 더 대담한 디자인을 후일 ‘보르도’가 된 모델을 채택했다. 마침내 전 제품 라인이 시장에 선을 보이자 그로부터 6개월 만에 무려 백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삼성은 이처럼 실제 시장에서 진행하는 실험을 활용해 진취적인 디자인 연구를 뒷받침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한 팀에서는 ‘접히는 화면’이라는 발상으로 PC 모니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증하는 성과를 맛봤는데, 그 후로 이 팀은 다른 장기적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리고 TV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제품을 잇따라 개발하고 선보일 수 있었다. 삼성의 최근 히트 모델들은 전부 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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