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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9. 2016

카카오는 플랫폼인가?

다음과 카카오 편

다음과 카카오 합병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했다. 표면상으로는 합병이었지만 뜻밖에도 카카오의 다음 흡수나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국내 IT 업계가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거대한 크기를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당시 소식을 들었던 때에 나는 '두근두근'이었다. 해외에서만 보던 거대 IT 기업들의 흡수, 합병과 눈부신 발전이 눈에 막 펼쳐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막 구글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 까진 안 했지만 개발자로서 기대가 큰 행보였다. 또한, 현실적으로 보아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합병 후 시간이 흘렀다. 현재의 다음과 카카오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모습과 대비하기 위해 과거를 먼저 되돌아보자.


다음은 검색 포털 사이트이지만 사람들의 인식에 '다음 플랫폼'으로 자리했었다. 이유는 다음 내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음 아이디가 있으면 카페, 블로그, 다음 지도,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했다. 포털이지만 검색을 넘어 여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음만의 특장점은 아니었다. 이미 네이버에게 많은 것을 선점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는 메신저가 핵심 기능이었으며 선물하기, 카카오 게임 등의 당시 메신저로서는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되었고 카카오와 연계된 게임은 냈다 하면 대박 행진이었다.

내가 처음 '선물하기'를 접했을 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단순히 쿠폰 형태의 현물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의 의미가 카카오가 메신저를 뛰어넘는 가치를 선보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메신저라는 것이 단순히 텍스트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더 많고 다양한 것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눌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려는 밑거름이라 보였다. 
하지만, 나의 소설과는 다르게 '선물하기'는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였고 '카카오 게임'도 플랫폼의 탈을 쓴 서비스로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의 다음은 많은 것이 변했다. 아니 많은 것이 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합병이 진행된 이후 여러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사용자들의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았다. 내부 관계자가 아니므로 추측할 뿐이지만, 부진한 서비스를 접고 개발 인력을 재편성하여 '집중'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카카오는 기존에 성공한 서비스로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은 목표와 방향성이 부재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음이 자기 역할을 못 했던 건 아니라 본다. 비유를 하자면 카카오는 20대의 성공 신화를 갖춘 청년이라면 다음은 40대의 경력을 쌓은 중년이랄까. 중년의 입장에서 볼 때 스스로는 딱히 대단한 걸 하는 게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이미 본인 일은 능숙히 하고 있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는 느낌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라지는 다음의 서비스들은 특출 난 서비스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다음의 정체성에서 배제될 만한 서비스 또한 아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결정에 우려보다 기대가 갔던 것은 두려움 없는 전면 재배치였다. 사실상 몇 분기의 외적 이익을 포기하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종료하고 다른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순식간에 모든 인력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지진 않는다. 이러한 공백을 경영자는 부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내심 '무언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변해 온 현재의 카카오는 어떤 모습인가? 다음의 주력 서비스들을 하나씩 접어가며 해당 인력이 카카오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에 대한 결과물들로 다양한 '카카오' 브랜드 서비스가 출범했다. 해당 서비스들의 핵심 키워드는 O2O이다. 카카오가 뚜렷하게 바라보았던 것이 O2O 였을까?! 뒤통수를 후려치는 획기적인 움직임이었다.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된 건 오래이고 그 흐름을 타고 대두된 것이 O2O이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것일까? 카카오 브랜드의 서비스는 독특하고 재미있다. 카카오의 이미지 덕인지 사용자에게 친숙한 느낌이다. '카카오 택시', '카카오 헤어숍',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 네비' 등 많은 서비스가 나왔고 '카카오'라는 글자가 있기에 원래 나에게 있던 서비스 같다. 그런데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또 다른 카카오 메신저가 나온 느낌이랄까? 나오기 전엔 획기적인 카카오만의 특색을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봤더니 도로 카카오이다. 게다가 거의 전 국민에게 설치되어 있는 카카오톡과 함께하는 카카오 서비스인데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왜일까? 


'어떤 시너지'


다음과 카카오로 비롯된 '어떤 시너지'는 어디로 갔을까? 카카오 브랜드의 다양한 서비스도 좋고 진짜 편리할 것 같은 O2O도 좋다. 근데 다음을 흡수한 카카오의 시너지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카카오 브랜드 서비스가 선뜻 손이 가지 않을까?

문제가 도출되었다. 카카오를 좀 더 살펴보자.


다음 글은 '멜론과 카카오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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