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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Nov 08. 2020

샌드플라이와의 조우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기 - 9편

지난 이야기)



머물렀던 Cabin 형태의 숙소


편한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올라 이불을 덮는다.
가볍고 포근한 이불이 사르륵 몸을 감싼다.
폭신한 침대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이런 달콤한 잠이 그리운 날이다.


여행 중의 안락한 잠은 호텔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모처럼 침대가 있는 잠자리에 누워 편안한 잠을 자나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잠을 설쳐버렸다. 침대 가운데에 받침대가 없는지 누우면 허리 부분이 푹하고 밑으로 꺼졌다. 한참 뒤척이다 어찌어찌해서 자긴 했지만 별로 개운한 느낌이 없다.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다시 출발한다.


중간중간 쉬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Murchison을 벗어나 Westport 방향으로 달린다. 오전이라 체력이 좋아 기세 좋게 달렸다. 내리막길이 대부분이어서 오늘 안에 꽤 먼 거리까지 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오르막길도 꽤 있다. 오르막길은 언제쯤 적응이 될까? 기세 등등하던 몸은 금세 지쳐버린다.


그래도 생각보다 이동한 거리가 꽤 되었다. 슬슬 적절한 장소를 찾아 쉬는 게 문제다. 달리면서 캠핑할만한 곳을 물색해 나갔다. 가는 내내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강 주변에 캠핑할 만한 곳이 마땅히 안 보인다.


어디 괜찮은 곳 있으려나 하고 둘러보는데 다행히 괜찮아 보이는 곳이 보였다. 개복치 마냥 금방 몸도 지쳐서 적당히 그늘 진 곳을 찾아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잠시 쉬는데 샌드플라이가 자꾸 다리에 달라 붙는다. 어제는 벌 같은 게 계속 왔다 갔다 하더니 오늘은 샌드플라이가 괴롭힌다.


샌드플라이

출처: kiwicare.co.nz
샌드플라이는 파리보다 작은 초파리처럼 생긴 곤충으로 '흡혈'을 한다. 처음엔 샌드플라이가 일반 초파리 같은 곤충인 줄 알고 무시했다. 하지만, 여행을 이어가면서 샌드플라이의 극악한 고통을 깨닫고 샌드플라이만 보면 치를 떨게 됐다. 샌드플라이는 물렸을 당시는 별 느낌이 없는데 물린 후에는 모기에게 물린 것보다 더 간지럽다. 게다가 더욱 공포스러운 건 모기는 한 두 마리가 윙윙~ 거리며 달려든다면 샌드플라이는 정말 수십 마리가 다다닥! 하며 피부에 들러붙는다. 그때의 공포란... 뉴질랜드 모든 곳이 아름다웠지만 샌드플라이가 출몰하는 지역을 만날 때면 우리나라에 이 녀석들이 없다는 건 축복으로 느껴졌다.(참고로 우리나라에도 해안가에 드물게 출몰하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마을에 있을 때는 샌드플라이를 별로 못 봤다. 샌드플라이 습성이 태어난 자리에서 150m 정도의 반경으로만 움직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샌드플라이를 피해 짐을 냅다 안에다 던졌다. 가만히 서 있으면 쉬지 않고 샌드플라이가 다리에 달라붙는다.


텐트 안에서 한시름 놓았으나 마땅히 쉴 곳이 없다. 텐트를 되도록 평평한 곳에 친다고 햇볕이 드는 곳에 쳤더니 덥다. 하지만, 그늘이 있는 곳엔 샌드 플라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딴곳에 스스로를 가둔 것 같은 상황이 됐다. 샌드플라이가 무서워 아름다운 강을 앞에 두고도 만끽할 수가 없다.


텐트 안에만 있는데 한국의 사우나에 온 것 같다. 사우나라니.. 반갑..,,,. 기는 더워 죽을 것 같다.


누군가 모닥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다. 낭만적인 캠핑을 기대했지만 샌드플라이의 공포만 느꼈던 캠핑이다.


주행거리: 66Km

이동위치: Murchison - Westport 방향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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