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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2. 2022

펜케익 주문하신 분?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어제저녁, 백패커에서 쉬는 사이 같은 룸을 쓰는 외국인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하고 어떻게 여행하게 됐나 묻다가 그 친구가 부산에서 일했던 걸 알게 됐다. 부산에서 잠수함 관련한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여기서 한국을 아는 외국인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서 호떡 같은걸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고 얘기한다. 정작 나는 부산을 못 가봤다고 했더니 꼭 가보라는 얘기를 외국인 입을 통해 듣게 됐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일찍 일어나 조용히 부엌으로 가서 미고랭을 끓여 먹었다. 씻고 출발 준비를 끝내니 어느덧 8시다. 내가 썼던 침대 1층을 쓰는 독일인 브라이언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늦었다며 나갔다. 나는 짐을 자전거에 싣고 갈 채비를 마쳤다. 다른 룸메이트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는 길에 마트에서 수분 보충을 위한 음료수를 사고 드디어 출발.


잠도 잘 잤으니 달려볼까?



...했지만 삐그덕거리며 마을을 벗어났다. Westport를 벗어나니 교차로에 Greymouth 표지가 보였다. 6번 도로를 타고 Greymouth로 향한다.



한참을 호기롭게 페달을 밟고 달리다가 언덕이 보이자마자 겸손히 자전거에서 내려 끌바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질질 끌고 힘겹게 올라가는데 언덕에서 멋진 커플이 커플 자전거를 타고 아름답게 내리막길을 활강하는 것이 보인다. 매너 좋은 인사에 나도 덩달아 기분 좋게 인사를 했다. 


'참 멋진 커플이야.' 


커플 여행객인가 보다 생각하며 지나가는데 이번에도 커플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내려온다. 처음엔 유니폼이 비슷해서 같은 사람들이 한 바퀴 돌고 오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계속 자전거 커플들이 반대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열심히 인사를 하며 보니 꽤 많은 커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무슨 동호회 같은 모임이었나? 즐거워 보인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동반자를 만나 같이 여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가는데 자전거 여행객을 휙 하고 지나쳤다. 급하게 내려가고 있어서 쳐다만 보고 인사를 못했다. 그 사이 다시 오르막길을 마주쳤다. 점점 속도가 느려지는 사이 아까 자전거 여행객을 다시 마주쳤다. 그 친구가 옆에 와서 친근히 말을 거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이 친구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오늘은 Charleston에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느라 짐을 다 놓고 나왔다고 한다. 알렉스라는 친구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페달을 밟는데 평소였으면 올라가기 힘든 오르막길이라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을 텐데 이 친구랑 말하는 사이 올라와 버려 신기했다.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이 친구가 팬케익 락에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 언제 길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알렉스 덕분에 팬케익 락이란 관광지 정보를 얻었다. 알렉스와 헤어지고 다시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언덕이 보여 또 자전거를 끌게 됐다. 한참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데 앞에서 차가 휙 돌더니 내 앞에 섰다. 뭐지? 하고 차를 쳐다보는데 친절하게도 숙소를 예약했으면 그곳에 가방을 가져다주겠노라고 얘기해주었다. 고마웠지만 오늘 어디서 묵을지 알 수 없었으므로 괜찮다고 했다. 자전거 끌고 오는 게 힘들어 보여 도와주려 했다는 그 말에 감사했다. 게다가 지나가다가 되돌아와서 말을 걸어준 거라 더 고맙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중간에 넓은 해변이 보여 혼자 셀카를 찍고 놀다가 시간이 꽤 지체됐다.



언덕을 오르고 내리막 길을 가는 사이 멀리 바다가 보였다. 


'아. 이건 놓치지 말아야 돼. '


고프로 카메라를 꺼내 헬멧에 달았다. 준비가 된 것 같아 출발! 하려는데 왼쪽 페달이 이상하다. 내리막 길이라 당장 신경 쓸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페달질을 자제하며 평지로 내려갔다. 고프로 촬영을 마치고 페달을 확인해 보니 발받침 부분이 빠져있었다. 어떻게 빠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툴들을 당장 꺼낼 수 없어서 조심히 페달을 밟고 가기로 했다. 그러다 중간에 어느 노부부께서 서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으시길래 도와드리려고 가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자전거를 다시 탔는데 페달이 다시 빠져버렸다. 그러곤 다시 잘 안 껴졌는데 그분들 있는 곳에서 고치면 신경 쓰실 것 같아 좀 멀리 떨어져 페달을 고치고 움직이기로 했다. 짐을 모두 내리고 툴을 꺼내 페달을 체크했다. 회전 부분의 끝이 고정되지 않아 쑥 빠졌는데 그 부분을 임의로 고정시키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다시 페달을 슬슬 밟으며 출발하는데 앞에 또 산이 보인다. 내리막과 오르막. 끝이 없다. 겨우 정상에 올라오니 저 멀리 팬케익 락이 보인다. 펜케익 락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고 하니 오늘은 거기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한참 가는데 어째서인지 펜케익 락이 안 보인다. 


'이미 지나쳤나?'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싶어도 통신 신호가 안 잡혀 확인할 수가 없다. 어쩌지 하며 조금 더 내려가는데 캠프 사이트가 보인다. 그중 오피스는 안 보이고 공원 같은 장소가 있었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캠핑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한다. 무료 사이트인가 보다. 냉큼 텐트를 치고 짐을 집어넣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텐트 친 장소가 꼭 홀리데이 파크처럼 유료 캠핑장인 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나중에 돈 내라 그러면 내야지.' 


가벼워진 자전거를 끌고 주변을 보니 1km 앞에 관광 센터가 있다. 


'아. 저곳에 가면 펜케익 락이 어딨는지 알 수 있겠다.' 


i-site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앞이 펜케익 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팬케익을 여러 겹 겹쳐 놓은 듯한 바위들이 보인다.





펜케익 락을 다 둘러보고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마음이 불편하다. 유료 캠핑장인 것 같은데 괜찮을까?

유료인지 무료인지 긴가민가 하는데 키친과 샤워시설들이 있는 것을 보고 여긴 유료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안 들킨 것 같은데 그냥 잘까? 아니야 한국 망신시키지 말고 빨리 오피스 찾아서 돈 내자.' 


캠핑장 입구에 오피스가 없어서 무료 시설 인가보다 했는데 입구 반대편에 오피스가 있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편해졌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었다. 역시 뭔가 켕기는 상태보다 이게 훨씬 낫다.


코스

전반적으로 높은 산은 없어서 주행하기 어렵지 않지만 잦은 언덕이 출몰하여 쉽게 지침. 400미터에 달라는 산을 두 번 정도 지나야 함. West 쪽의 해변 도로를 지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을 볼 수 있음. 샌드플라이 존재.


숙박
Punakai beach camp

Pancake rock에서 1km westport 방향으로 있는 모터 캠핑장. 무난한 키친과 따듯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이 있음. 식기도구는 직접 챙겨야 함. 텐트 16불



주행거리: 60.9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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