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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2. 2022

따스한 홍합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샌드플라이한테 물린 곳이 너무 가려워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늘은 날씨가 흐린 것이 비가 올 느낌이다. 씻고 짐을 정리해 바로 출발.



처음 pancake rocks을 지날 땐 대체로 무난한 길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안내 책자에도 고도 100미터를 넘는 언덕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근데 문제는 안내책자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았던 걸 간과한 것이다. 높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계속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니 달리다가 끌바하고 달리다가 끌바하고 점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다행인 것은 greymouth가 그리 멀지 않다. 거기서 쉬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가는 중에 조그만 오리 같은 것들이 찻길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차들이 지나가니 오리가족들이 멈췄다가 다시 이동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으려는데 이미 사라진 후다.



평평해진 길을 따라 슬슬 마을이 보일 것 같았다. 근데 마을 끄트머리조차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마을이 박혀 있나 생각할 즈음 강이 흐르고 양 옆으로 큰 산이 버티고 있는 곳이 보인다. 한쪽 산을 따라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제야 마을이 보인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마을이 있어 신기했다. 다리를 따라 건너는데 앞 쪽에 엑스맨의 울버린이 손톱으로 긁은 듯한 멋진 바위가 보인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맥도널드가 보인다. 맥도널드가 이리 보기 힘든 일이었다니. 바로 숙소로 이동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짐을 풀자마자 마을에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그나마 큰 타운이라 더웨어하우스가 있어서 드디어 매트를 살 수 있었다. 야영할 때마다 아쉬웠는데 드디어 아이템을 얻었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를 대비해 후드 집업도 하나 샀다. 카운트다운에서 먹을 걸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바로 밥부터 먹을까 하다가 일단 씻고 깔끔한 상태로 쉬자는 생각에 샤워를 하고 다이닝룸으로 내려갔다.

고기를 굽고 밥을 했다. 고기를 굽는데 내가 고기를 태워 먹고 있으니 옆에 아주머니가 버터를 빌려 주셨다.

냄비로 밥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계속 서 있는데 옆에 식사를 하던 사람이 홍합을 들고 오더니 먹으란다. 옳다구나 하고 냉큼 받아 들었는데 나는 딱히 줄게 없네. 마침 포도를 사 와서 그걸 주려고 하니 나중에 먹겠다고 해서 그릇 하나에 포도를 담아놨다.


이 친구 이름은 프레드릭인데 러시아 태생에 독일서 자랐단다. 동생이랑 같이 여행 중이라고 한다. 동생은 니나인데 남매 둘 다 착해 보인다. 그릇에 담아놨던 포도를 주니 고맙다며 빵을 건네주었다.


'아. 착한 사람들.'


혼자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랑 말 섞을 일이 많지 않은데 이런 친절을 받으니 고마웠다. 아쉬운 건 매번 이동하다 보니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 물론 내성적인 성격도 한몫한다.

오랜만에 밥을 든든하게 먹고 밖으로 나갔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릿해서 딱히 둘러볼만한 것이 없다. 강가에 제트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뉴질랜드에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으나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니 눈에만 담을 따름이다. 그래도 번지 점프는 꼭 해야지.

타운 중심을 대충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특별히 할 게 없어 내일 갈 곳을 지도로 확인하고 드라마를 본 후 쉬었다.


Punakaiki - Greymouth


코스

언덕이 심하진 않지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스임. 오른편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 괜찮은 풍경을 볼 수 있음.


숙박

Yha 답게 깔끔한 숙소임. 다만 타운 중심과 거리가 조금 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음.


주행거리: 4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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