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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3. 2022

빗속의 라이딩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새벽에 또 깼다. 텐트에서 잘 때 한 번도 푹 잔 적이 없는 것 같다.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어야 하나? 20불이란 가격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니 돈도 아깝다. 조금 더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비가 그쳐 있었다. 


오늘도 갈 수 있는 만큼 가자는 생각으로 밥을 먹으려고 키친에 갔다. 어제 남은 밥을 또 스프랑 같이 섞어 먹으려고 수프를 꺼냈는데 뭔가 이상하다. 그전에 먹던 스프랑 뭔가 다르게 생겼다. 그래도 그게 그거겠거니 하고 밥이랑 섞어 끓였는데 완전 쓰레기 맛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밥은 버리고 어제 남은 고기만 구워서 먹었다. 빵이랑 우유를 먹으려고 우유를 꺼내러 냉장고로 갔는데 우유가 없다. 어떤 놈이 내 우유를 먹은 걸까. 허탈하게 고기를 먹으며 빵을 꾸역꾸역 삼켰다.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다.


밥을 먹고 짐을 챙겨 출발 준비를 마쳤다. 프란츠 조셉 마을을 지나 폭스 글레이서를 향했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튼튼해질 거라 생각한 내 허벅지는 점점 야위어 가는 느낌이다. 


가는 길에 높지 않은 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높진 않지만 꽤 긴 시간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말을 안 듣는 허벅지를 달래 봤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너무 지쳐서 하염없이 끌바를 하며 올라갔다. 중간에 반대편 오르막길에서 내려오는 자전거 여행자를 봤는데 끌바 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지나간다.

한참 고개를 올라 내리막길이 보이길래 드디어 끝인가 했는데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몇몇 자전거 여행자들이 더 보였다. 


'이 미친 짓을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근데 전부 나와는 달리 북쪽을 향해 간다. 심각한 고민 없이 루트를 짰더니 이렇게 된 것 같다.


고개를 힘겹게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폭스 글레이사 마을이 보인다.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 대강 훑어보고 스쳐지나갔다.


내리막길을 타고 가다가 어느 정도 평평한 길이 나왔다. 달리기 좀 편해졌는데 이번엔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발 오지 마!! 


라고 간절히 바랐지만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고 내 페달질은 급해져만 간다. 결국 비가 오기 시작한다. 짐을 실은 패니어는 방수가 되어 상관없지만 그 위에 쌓아 올린 가방과 매트, 침낭이 문제다. 자전거용 커버를 대충 씌우고 달린다. 

야속한 빗줄기를 뚫고 계속 달렸다. 달리면서 어디 텐트 칠만한 곳이 없나 찾아보는데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 밑에 치고 싶어도 다가갈 수가 없거나 너무 좁은 다리들만 있다. 그렇게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빗줄기를 뚫고 달리다가 중간에 지붕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있길래 잠시 쉬려고 갔는데 어떤 여행객이 우산을 쓰고 앞에 서 있었다. 여기가 무슨 파크 입구인가 본데 구경 갔다가 비가 와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는 듯했다. 


날 보며 너도 여기서 기다리면 누군가 태워줄 거야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짐도 많고 자전거까지 있어서 히치하이킹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비가 와서 그런지 샌드플라이들이 죄다 정류장 쪽으로 와서 미친 듯이 종아리에 달라붙었다. 어서 여길 떠야겠다는 생각에 짐을 다시 커버로 덮고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빗줄기가 약해져 다시 출발.


계속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 쉴 곳이 있나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곳이 없다. 그러던 중 차도 옆에 넓은 공터가 있길래 여기서 라도 쉴까 하고 잠시 멈추고 가이드북을 봤다. 다행히 근처에 텐트를 칠 수 있는 모텔이 있다. 좀만 더 가서 거기서 쉬자는 생각에 다시 내달렸다.


조금 더 이동하니 드디어 모텔이 보인다. 오피스로 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20.50이란다. 더럽게 비싸. 그냥 갈까 하다가 비 오는데 더 이상 가는 건 안 좋다고 생각이 들어 그냥 쉬기로 했다. 잔돈이 없어 100불짜리를 냈는데 88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12.50이다. 지난번에도 12를 20으로 잘 못 알아 들었는데.


계산을 하고 아주머니가 어디에 텐트를 치면 된다고 알려주었지만 제대로 못 알아 들었다. 가보면 되겠지 하고 걸어가는데 내가 잘 못 찾으니 아주머니가 직접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텐트 사이트로 갔더니 나 말고 다른 자전거 여행객이 있다. 독일 청년이었는데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니 반갑다. 반가운 마음과 달리 독일 청년과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고는 탠트에서 책을 읽었다.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낸다.


코스
프란츠조샙 이후에 두 개의 큰 산이 있다. 꽤 긴 언덕이다. 그 뒤로는 대체로 평평하다.


숙박
Jacob's river 근처의 모텔에서 텐트를 침.
낡은 시설을 가졌다. 키친과 샤워실이 캐빈에 만들어져 있어 좁다. 가격은 12.50.
오피스에서 음료와 간단한 먹거리를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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