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승리 Aug 13. 2022

지나친 연어 명소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힘들다. 비비적 대다가 겨우 일어나 어제 남은 밥을 죽처럼 끓이고 미고랭과 같이 먹었다. 밥 먹는 사이 독일 청년이 키친으로 와서 어색하게 둘이 앉아 밥을 먹었다.


밥 먹고 씻고 짐 정리를 했다. 독일 청년의 자전거와 텐트 침낭들이 꽤나 좋아 보였다. 내 구린 텐트와 침낭을 정리하고 자전거에 쌓아 올리는데 스탠드가 말썽이다. 렌치가 없어서 조이질 못 하니 약해진 상태로 기둥에 기대서 간신히 서 있게 만들었다. 그러곤 짐을 올리는데 자전거가 휙 넘어지고 말았다. 낑낑거리며 짐을 쌓는데 독일 청년은 이미 짐 정리를 끝내고 멋진 져지를 입고 여행 잘 하라며 사라졌다. 뭘까 이 서러움은.


독일 청년이 사라지고 20분 정도 더 낑낑거리다가 겨우 출발했다. Haast 까지는 평평한 길이 이어질 거로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달려보기로 한다. 오늘 이동해야 할 거리가 80Km로 정도로 평소보다 길어서 오전 중에 많이 달려야 한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며 업힐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돌진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0Km 정도 달리니 이내 체력이 바닥난 느낌이다. 어째서 체력이 갈수록 고갈되는 걸까.

오늘 처음으로 나랑 같은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자를 봤다. 인사를 하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느릿느릿 가는 거 같은데 왜 점점 멀어지는 걸까.


조금 더 달리니 연어 농장이 있다. 이 근처에 연어가 유명하다길래 한번 맛보려 했는데 여기가 그 유명한 곳인가? 확신이 서지 않아 일단 가격을 확인해 보려고 들어가는데 자전거를 끌고 가기 애매하다. 


'에이 여기가 아닌가 보지. 갈 길도 먼데 그냥 가자.'


앞서 가던 자전거 여행자는 사라져 버리고 나 혼자 또 열심히 달린다. 평평할 줄로만 알았던 길에 갑자기 언덕이 나타났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 어김없이 끌바를 하며 올라갔다. 가이드북을 제대로 확인 안 했는데 이곳에 3개의 높은 봉오리가 있었다. 맙소사.

열심히 봉오리 하나를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니 look out이 보였다. 보통 look out은 제일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이제 내리막길이 나오나 보다 하고 반가웠다. Look out에 왔으니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들렀는데 샌드플라이들의 공격에 못 참고 바로 자릴 떴다. 


뉴질랜드는 산도 좋고 강도 바다도 좋지만 이 미친 샌드플라이들 때문에 뭘 구경할 수가 없다. 잠깐 쉬려고 앉으면 득달같이 피부에 달라붙어서 피를 빠니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웬만한 모기가 물면 이틀 정도면 사라지는데 이건 사라지지도 않고 밤만 되면 간지러워 미치겠다.


마지막인 줄 알았던 언덕을 하나 더 넘고 내리막 길을 타는데 뒷바퀴 쪽에서 쇠가 틱틱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이런 경우 보통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로 멈추려고 브레이크를 잡는데 잘 안 잡힌다. 브레이크 고무도 많이 나갔나 보다. 뒷 드레일러도 뭔가 이상해져 기어 변속이 잘 안 되는데 자전거를 한번 점검해야 할 때인가 보다. 멈춰서 뒷바퀴를 확인해 보니 느슨해졌던 스탠드가 결국 또 말썽이다. 스탠드 뒤쪽이 뒷바퀴 스포크에 닿았던 거다. 스탠드가 완전히 꺾여 뒷바퀴에 끼었다면 요단강을 건널 뻔했다. 문제 있는 스탠드를 떼어 버리고 다시 출발하여 가까스로 haast 다리에 도착했다. 1차로 다리였는데 상당히 길었다. 1차로 다리를 지날 때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다리 주변 경치가 정말 좋다는 거다. 다리 중간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를 피하려면 미친 듯이 달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눈으로만 보고 지나쳐야 된다. 이번에도 못내 아쉬워 자전거를 타면서 아이폰으로 찍으려다가 큰일 날 뻔했다.



다리를 건너니  i site표지판이 보인다. I site에서 지역 지도를 받아 머물 곳을 찾아보니 i site에서 5Km 떨어진 곳에 모텔이 있다. 맙소사 다 온 줄 알았더니. 어쩔 수 없이 없는 힘까지 쥐어짜 내 haast beach로 갔다. 그곳 모텔 주인에게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단다. 홀리데이 파크에 가서 알아보란다. 뭐라고? 아니 이 양반아 내가 홀리데이 파크가 있으면 거길 갔지!!! 마음의 소리만 내며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아까 그 i site 근처에 있었다. 그렇다... 지도를 받아놓고도 멍청하게 제대로 보질 않아 허튼짓을 한 것이다. 그냥 다시 돌아가기 아쉬워 옆에 있는 스토어에서 먹을 걸 사서 나왔다. 


다시 5Km를 돌아가서 드디어 홀리데이 파크에 도착.


체크인을 하며 직원에게 물어봤다.


나 : "여기 연어가 유명하다며?" 

직원 : "오늘 네가 지나왔던 곳이야^^"

나 : "아니 거기가 유명한 곳이었어? 어디 다른 곳은 없어?" 

직원 : "거기 하나야." 


내가 절망한 듯보여 불쌍했는지 마운트 쿡에 가냐고 물어본다. 갈 거라고 하니 거기 근처에도 있으니 놓치지 말라고 알려준다. 반드시 먹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놓치니 뭔가 아쉽다. 마운트 쿡 갈 때 다시 시도해보자.



체크인을 완료하고 텐트 사이트로 자릴 옮겨 텐트를 치였는데 샌드플라이가 난리다. 


'오. 주여.' 


무시하고 탠트를 치고 바로 씻을 준비를 해 놓고 텐트 안에 스프레이를 살포했다. 


'다 죽어라 이새키들아!'



몸에서 찌린내 마냥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 씻고 나니 개운하다. 상쾌한 기분으로 밥을 하고 소시지를 바비큐 판에 굽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와서 같이 구워도 되냐며 묻는다. 오브코스! 오브코스! 당연히 된다고 말했다. 소시지를 구우며 할아버지랑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스코틀랜드 태생인데 뉴질랜드에 40년을 살았다고 한다. 근데 한 번도 뉴질랜드 남섬엔 온 적이 없다며 이번이 처음이란다. 여행을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이 남섬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 놀랐다며 웃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물론이죠. 40년 동안 한 번도 안 와봤다니.' 라며 얘기하니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며 애들을 키우다 보니 그리 됐다는 얘기에 뭔가 마음이 짠 했다. 

몇 마디 더 주고받고는 나는 소시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아까 산 맥주를 들이켰다. 


'아. 좋구나.' 


밥을 먹고 보조배터리도 충전할 겸 앉아 있으려 했는데 그 사이 샌드플라이가 달려든다. 간다 가 이생키들아. 샌드플라이 때문에 점점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코스

대체로 무난하지만 낮은 언덕들이 있으며 haast 부근에 200m에 달하는 언덕이 있음. 언덕에 look out이 있는데 바다를 볼 수 있음


숙박
탑텐 홀리데이 파크답게 시설은 깨끗 하지만 샌드플라이가 있음. 취사도구 개인 구비해야 함.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음.


주행거리: 95Km

매거진의 이전글 빗속의 라이딩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