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더 머문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까지 누워있었다. 8시 10분 즈음되어서 일어나 수프에다가 달걀을 넣어 밥이랑 섞어 알 수 없는 요리를 해 먹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자전거 수리에 들어갔다. 뒷 변속기에서 원인 모를 소리와 7단에서 8단 변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을 좀 봐야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떨어진 스탠드를 다시 달아야 한다.
렌치는 다행히 캠핑장 주인한테 빌려서 그걸로 스탠드를 달았다. 변속기는 생각보다 잘 안 잡혔다. 하루 종일 이것만 붙잡고 있을 수 없으니 마음이 급하다. 이리저리 조절하다가 완벽하진 않지만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 변속기 조정이 끝나고 오랜만에 윤활유 칠을 해줬다. 자전거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자전거 손질이 끝나고 인터넷 검색을 할 겸 식당에서 빵을 먹으며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그리고 곧 시드니로 가야 했기에 비행기표 예매도 알아봤다. 4월 5일에 저렴한 표가 있지만 너무 늦는다. 이후 호주에서의 여행도 상당기간 차지할 텐데 뉴질랜드에서만 여유 부릴 순 없을 것 같다. 최대한 달려보기로 하고 조금 비싸지만 3월 30일 자 비행기를 잡았다.
항공권을 예매 후 손질했던 자전거 테스트를 할 겸, 스카이다이빙 정보도 얻을 겸 i site로 향했다. 퀸스타운에서 하는 게 나을지 여기서 하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 가격을 물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막상 가격을 물어보니 퀸스타운이나 이곳이나 같은 가격이라네? 와나카가 좀 더 쌀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러면 어디가 더 경관이 좋은가가 문젠데 직원 말로는 둘 다 좋단다. 흠... 고민하다가 그냥 밖으로 나와 주변 구경을 하려 자전거를 돌리는 중, 공원에서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뭔가 하고 보니 이번 주 금, 토에 wanaka show라는 걸 한단다. 그렇다면 이것도 구경할 겸 내일 당장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언제 또 안 좋아질지 모르니 말이다. 다시 i site에 가서 냉큼 스카이다이빙 12000피트짜리를 예약했다. 예약금 32.90불 디파짓으로 내고 밖으로 나왔다. 부디 내일 꼭 좋은 날씨에 스카이다이빙 할 수 있기를!
I site에서 나와 자전거를 끌고 가려는데 선생님인 듯한 사람과 여학생들이 보인다. 무슨 수업 같은 걸 하나 했는데 호수에서 카약과 페달로 밟아가는 배를 타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캬. 부럽다. 호수가 코앞이니 이런 수업도 가능하구나.
그럼 이제 주변 구경을 할까 하고 지도를 봤는데 hawea 호수 쪽과 반대쪽 코스가 있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hawea 쪽은 오면서 봤기 때문에 반대 길로 가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면 괜찮은 경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 쉬었다고 자전거 타는 허벅지에 힘이 잘 안 들어간다. 메마른 땅을 헥헥거리며 가다가 호수와 와나카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지점을 발견했다. 짙푸른 호수와 그 옆에 위엄 돋는 산자락과 마을을 보며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다시 자리를 옮기면서 아.. 산에서 보면 더 보기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roy peak이라는 트래킹 코스가 보였다. 저곳을 올라가면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던 등산을 하게 됐다.
나무들이 없는 산이라 그림자 한점 없는 마른땅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길이 험하지 않아 오르기는 편했는데 얼마나 가야 할지 몰랐다. 중간에 만난 할아버지가 정상으로 가려면 3시간을 더 가야 된단다. 벌써 오후 3시인데 갔다 오긴 그른 것 같다. 아쉽지만 정상을 밟는 건 포기하고 중간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길이 아닌 곳을 지름길 삼아 올라가 보려 했는데 꽤 경사가 가파르다. 포기하고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혼자 정리 안 되는 머리를 이리저리 빗어보며 똥폼을 잡고 찍다가 어느덧 시간이 꽤 늦어 다시 내려왔다. 확실히 산에서 보니 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퀸스타운에 가면 트레킹 코스를 알아보고 일찍 한 번 출발해봐야겠다.
산에서 내려와 마트에 가서 고기와 맥주 스파게티를 샀다. 오늘 저녁은 이것들로 먹기로 하자.
캠핑장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었다. 혼자 먹는데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