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더 같은 캠핑장에 있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길까 생각하며 지도를 보는데 doc라고 찍힌 곳이 보였다. 거기로 옮기자는 생각에 부랴부랴 짐을 쌌다. 짐 정리 후 바로 doc라고 쓰여 있는 곳을 갔는데 doc는 없고 무슨 방문자 센터만 있다. (제길!)
I site로 가서 캠핑장을 물어보니 지도에 몇 개 표시해 주었다. 어제 묵었던 곳이 그나마 타운 중심부에 가까운 곳이었고 그 외에 가까운 곳 하나가 있다. 전화로 가격을 물어보니 15불이다. 조금 더 쌌다. 근데 3불 깎자고 이 짓을 해야 할까? 망설임 속에 그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타운 중심부와 떨어져 있다. 땀을 삐질 흘리며 '아 괜히 왔나'란 생각을 할 즈음 멀리 간판이 보인다. 무제한 와이파이. (웁스!) 이럴 수가 뉴질랜드 와서 처음 보는 무제한 와이파이 캠핑장이다.
'오 느낌 좋은데?'
친절한 직원에게 체크인을 하고 내부를 둘러봤다. 조용하고 깨끗하다. 어제 묵은 곳은 뭔가 구리고 돈만 긁어낼 듯하게 생겼는데 이곳은 맘에 든다. 문득 어제 묵은 숙소에 소고기를 두고 온 게 생각난다. (슬픔)
텐트를 치고 짐 정리 후 간단하게 미고랭이랑 밥을 먹었다. 인터넷을 하며 잠시 쉬다가 마을로 나왔다. 어젠 힘들어서 여유 있게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없었는데 천천히 둘러보니 조용하고 깨끗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의 마을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허전하지도 않은 장소라 머물기에 좋았다.
남섬의 북쪽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니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었다. 어제 오던 길에 봤던 노란 단풍나무들이 생각난다. 호수를 보며 글을 쓰는 순간, 너무 평안한 행복감이 몰려온다. 내 평생 언제 이렇게 평화롭게 호수를 바라보며 오후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호수 주변 구경을 마치고 타운 중심부를 구경하다가 마트에 들어갔다. 앞으로 먹을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스프랑 참치 등을 샀다. 대충 필요한 걸 다 사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렇게 흐리던 하늘이 어느새 맑아졌다.
그 많던 구름이 비도 안 내리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장보고 바로 들어가 자전거나 손 보려고 했는데 밝은 햇빛이 비추는 호수를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혼자 폼을 잡아보고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보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내일 떠날까도 했지만 하루 더 묵는 것도 좋을 듯싶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다. 반찬으로는 두고 왔던 소고기를 챙겨 와 구워 먹었다. 맥주 한 캔을 곁들여 먹으니 살 맛 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와나카에서도 스카이 다이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원래는 퀸스타운에 서 할 생각이었는데 가격을 비교해보고 결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