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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3. 2022

하늘을 날다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드디어 오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눈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했는데 더할 나위 없이 맑다. 좋은 징조다. 씻고 나서 한참 안 썼던 렌즈를 꼈다. 스카이다이빙 할 때 고글 같은 걸 쓸 테니 안경은 불편할 것 같다. 준비를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했다. 막상 스카이다이빙을 하려니 조금 긴장된다. 미뤘던 수술을 하는 느낌이랄까.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 보내준 픽업차를 타고 출발했다. 차에는 나 혼자 있었다. '오늘 혼자 뛰나?' 직원이 무슨 서류 양식을 작성하라고 알려준다. 간단히 이름과 의료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는 양식이다. 서류를 작성하는 사이, 어느덧 비행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건물이 스카이다이빙 회사 건물이다.


주변을 둘러보고는 스카이다이빙 복장을 입었다. 안전장비를 하고 긴장한 상태로 출발을 기다렸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나랑 같이 점프하게 될 직원인가 보다. 긴장을 풀어주려고 하는지 장님 인척을 하며 너스레를 부린다. 곧 비행기가 앞에서 이륙할 준비를 했고 직원이 스카이다이빙 처음 해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처음이란다. 


'뭐 인마?' (초긴장)


떨리지 않냐고 자기 손 떨리는 거 보라고.....



다이빙 직원과 장난치면서 비행기에 탈 순서를 기다렸다. 15000피트를 뛰는 사람부터 먼저 타고 12000피트 사람들이 올라탔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타게 됐다. 그 의미는 내가 첫 번째로 뛰게 된다는 건가.


비행기는 경비행기라 그런지 꽤나 허접해 보인다. 나랑 같이 뛰는 직원이 문이 망가져서 안 내려간다고 했는데 진짠 줄 알았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가 이륙하고 12000피트를 향해 날아올랐다. 멀리 와나카 호수와 하웨아 호수가 보이고 aspiring mt 등이 보인다. 모든 것들이 점점 조그맣게 변하고 있다. 날씨가 매우 좋아 저 멀리 까지 내다볼 수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정도 목표된 고도에 올랐는지 뒤에서 직원이 내 벨트와 본인 벨트를 하나로 묶는 것이 느껴졌다. 타이트하게 묶이는 벨트 감각. 


'만약 낙하산이 안 펴지면 어쩌지? 이 직원과 둘이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죽겠지' 


라는 망상을 했다. 그러는 사이 직원이 뛸 때의 안전 교육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고글을 씌워주더니 갑자기 문이 열렸다. 


어느 순간 점프를 하고 발 밑이 철렁하고 없어지는 느낌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다.


날아간다.

 


미친 듯이 함성을 지르며 멀리 호수를 바라보고 주변을 둘러봤다. 몇 초의 시간을 슬로 모션으로 늘려 놓은 듯한 기분 속에서 연신 함성을 지르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낙하산이 펼쳐지고 빙빙 돌며 육지로 향해 내려갔다. (스카이다이빙 중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나는 계속 쌍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짜릿하고도 짧은 순간을 즐기고 무사히 육지에 안착. 엔도르핀이 극대화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같이 사진을 찍고 리셉션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 스카이다이빙 복장 입고 사진 찍을 걸 깜빡했다. 


몇 분 기다리니 스카이다이빙 중 직원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맹구가 하늘에서 정신 놓고 있는 모습들이 찍혔다.(웁스) 

어떻게 설명할 방법 없는 경험을 끝내고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마을로 돌아왔다.



스카이다이빙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와 바로 와나카 쇼를 보러 갔다. 입장료는 10불이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특별히 신기한 것도 재미난 것도 없다.(다이빙 직후라 그랬나.) 온갖 물품들, 농기구, 스파용품, 자동차, 가구,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헬기(?!) 등등이 놓여 있었다. 


반가운 기아자동차


중간에 밴드 공연이 생각보다 볼만 했다. 뉴질랜드 아미 밴드라길래 뭐지? 싶었는데 진짜 군인 밴드였다. 관악기 다루는 사람들이 상당히 실력이 좋아서 멋진 연주를 들려줬다. 점심때가 되어 배가 고파 피자를 먹었다. 그리고 뭔가 더 볼 게 없나 둘러보다가 자전거를 가지러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서 우유를 마시고 잠깐 소파에 앉아 쉰다는 것이 잠들었나 보다. 그러다 내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깼다.


와나카 쇼을 좀 더 둘러보려 다시 마을로 이동. 역시 햇살은 쨍쨍해서 더운데 특별히 볼 게 없었다. 그러다 어떤 기타 듀오가 노래하는 걸 들었다. 뭐라 뭐라 여러 유명한 노래를 믹스해서 부르더니 '오빤 강남 스타일'이란다. 허허. 근 20여 일 동안 한국말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저 듀오에게서 듣게 될 줄이야.



구경을 마치고 마트에 가서 구이 닭과 맥주, 과일, 빵을 샀다. 닭은 곧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될 나를 위해 하사하는 몸보신용 포상이다. 지출이 큰 하루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여유롭게 드라마를 보며 치킨을 먹었다. 씻고 오래간만에 면도를 했다. 수염을 기르면 간지남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한 명의 산적이 존재할 뿐. 그냥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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