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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Aug 14. 2022

널 애타게 찾았어, 고추장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폭풍 같던 어제를 보내고 오늘은 드디어 퀸스타운에 입성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기로 한다. 앞으로 6Km 정도만 가면 퀸스타운에 도착한다. 일단 퀸스타운에 가서 숙소를 잡고 아침 식사를 하자. 바로 짐을 챙겨 출발. 

어제 무리한 탓인지 몸이 삐걱삐걱. 날이 흐린 데다 꽤나 남쪽으로 내려온 상태라 쌀쌀하다. Frankton에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호수를 옆으로 바라보며 달린다. 얼마 안 되어 퀸스타운 도착. 뉴질랜드 남섬에 잘 알려진 도시 중 하나인 퀸스타운에 도착했는데 별로 감흥이 없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와나카에서 너무 좋은 풍경 속에 있다 와서 그럴까.

타운 중심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i site에서 지도를 얻었다. Holiday park가 어디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타운 내에 세 개 밖에 없다. Lake view와 Top 10 그리고 Q box라는 곳. 셋 다 전화를 걸어서 가격을 확인하기로 했다. Lake view는 25불, Top 10은 23.50불. Q box는 전화를 안 받았다. 무슨 Tent site가 이렇게 비싸? 비싼 가격 탓에 차라리 백패커에나 머물자 싶어 백팩에 전화를 했더니 4인실이 35불이란다.(웁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Top 10으로 가기로 했다. Q box 리뷰를 보니 거기가 가장 싼 곳인 듯했는데 전화를 안 받으니 확인할 방도가 없다. Top 10은 타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Queenstown 자체가 그리 큰 타운이 아니기에 고만고만하게 다닐 수 있다. 


Top 10에 가서 체크인하고 1시간 정도 기다리라길래 그 사이 잠깐 마을로 나가 점심 요기를 하기로 했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문득 인터넷에서 Ferg berger라는 걸 본 기억이 났다. 유명한 곳인가 싶어 그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구글 지도를 켜고 가게를 찾았다. 오전 10시 20분 즈음 가게를 찾아갔는데 유명한 곳이라는데 비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단체 관광객인 듯한 중국인들이 몇몇 있었고 그 외에는 없었다. 

한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Ferg burger를 받았다. 햄버거만 먹기엔 목이 마를 거라 생각해 바로 스타벅스로 이동. 오랜만에 따듯한 커피가 당긴다. 스타벅스에서 캐러멜 마키아또를 주문했는데 휘핑크림은 별도로 50센트를 받는다.


오랜만에 외식이다. 꽤나 호화로운 식사다. Ferg burger 봉지를 열어 햄버거를 꺼냈는데 엄청 크다. 손을 쫙 폈을 때 정도의 크기다. 다 들어가려나. 아침을 안 먹은 탓에 배가 고프긴 했으므로 열심히 먹기 시작. 햄버거가 크다 보니 햄버거 속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오물오물 씹어서 먹었다.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한가롭구먼.' 기대했던 햄버거 맛은 유명세에 비해 엄청나게 맛나진 않았다. 아니면 내 저렴한 혓바닥 탓이거나. 그냥 배부르게 잘 먹었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아까 리셉션 직원이 말한 시간이 됐다. 바로 텐트를 치고 짐 정리를 하러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59L이라는 텐트 위치를 받고 자전거를 끌고 가 짐을 풀었다. 텐트를 펼치고 짐을 넣은 후 조금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타운 중심으로 이동. 마을 이곳저곳 둘러볼 생각으로 나갔는데 와나카에 좀 오래 있어서 그런지 퀸스타운은 낯선 느낌이다. 우와!라는 소리가 나오기보단 '음...'이라는 느낌? 그래도 한가로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자전거 매장을 찾았다. 어제 뒷바퀴가 펑크 나고 존이 앞에 패니어를 다는 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준 게 생각났다. 가격이 부담되어 안 사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알아볼 생각이다.


둘러본 결과, 자전거 매장 대부분 패니어를 비치해 놓지 않았고 있더라도 질이 안 좋은데 반해 너무 비싸다. 그냥 호주 건너가기 전까지는 이 상태로 다니기로 한다. 


퀸스타운이 그간 지나온 마을에 비해 꽤 큰 타운이라 한인 마트가 있나 찾아보았다. 다행히 타운 중심에 아시안 마트가 있다. 얼마 만에 보는 아시안 마트인가! 가자마자 고추장을 집어 들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이것만 있으면 고기를 먹으며 고추장을 찍어 먹을 수 있다! 그동안 밋밋하게 소금만 찍어 먹었었는데!

다른 거 더 살게 없나 봤으나 마땅한 것이 없다. 된장을 사서 된장찌개를 해 먹고 싶었지만 된장 무게도 무게이려니와 또 무슨 재료가 필요할지 몰라 일단 보류해 두기로 한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니 동양인 여자가 카운터를 보고 있다. 어느 나라인지 몰라 계산하려고 그냥 보고 있었는데 그 직원이 먼저 말을 건넸다.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벌써 5년이나 있었단다.(아무래도 5개월이 아닐까?) 워킹홀리데이로 있다는데 자긴 여기가 너무 맘에 든단다.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고 뜬금없이 혹시 번지 점프를 해봤냐고 물어봤는데 안 해봤단다. 나는 뉴질랜드에 오면 모든 사람이 번지 점프를 하는지 알았는데 의외로 많진 않은 것 같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고 묻길래 밀포드 사운드를 가볼 거라고 대답했다. 자세히 보니 일본 사람인 듯한 느낌이 났는데 마침 자기는 일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간단다. 다른 손님들도 있어서 더 이상 대화를 못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정오가 되어  따듯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호숫가로 나와 선텐을 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햇살을 맞으며 책을 읽고 쉬는 사람들. 와나카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북적이는 느낌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Queenstown Garden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 느릿느릿하게 구경을 했다. 


중간에 Disc Golf라고 해서 원반을 던져 어느 철로 된 바스켓에 넣는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연못에 있는 다리에서 아이들이 빵조각을 연못으로 던지는 것이 보인다. 다리 밑으로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빵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어느 한놈이 덥석 물고는 냅다 튄다. 그 뒤로 쏜살같이 나머지 무리들이 그놈을 잡으려고 따라가는 것이 보인다. 



'저것들도 먹고살자고 저래 사는구나.'




볼링 클럽이라고 쓰여 있는 곳에선 노부부들이 잔디로 된 마당에서 조그만 공을 굴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가든을 돌아 다시 마을 정면의 호숫가로 이동. 여기저기 여유롭게 누워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로 우리나라의 줄타기와 같은 줄타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어떤 밴드 같은 것으로 묶어서 그 위에 올라왔다 갔다 하길 반복한다.



잠시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과일을 먹었다. 느릿느릿 걷는데 박수소리가 들린다. 뭔가 하고 가보니 아까 그 줄타기와 같은 걸 호수 쪽 warf와 연결시켜서 물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재밌어 보여 구경하는데 대부분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한참 그 모습을 보다가 자전거를 돌려 마을 중심을 지나 마트를 찾아 나섰다. 저녁으로는 고기를 먹자. '요 며칠 포식을 하는구나.' 저녁을 먹자고 생각하면서 계속 번지 점프에 대한 망설임이 일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나니 딱히 번지 점프를 할 필요가 있나 싶으면서도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스카이다이빙은 처음이니 그냥 확 질렀는데 번지점프는 약간 스카이다이빙과 비슷하면서도 더 짧은 시간에 똑떨어지고 마는 거니 망설여진다.


Alpine이라는 마트를 찾아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살만한 게 별로 없다. 다른 큰 마트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Fresh Choice라는 곳이 있다. 그곳이 더 낫겠다 싶어 갔는데 역시나 더 크다. 그리고 Top 10 바로 옆에 있어서 이동하기도 좋다. 고추장을 샀으니 고추장을 찍어 먹을 돼지고기를 샀다. 삼겹살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고기를 집고 우유와 맥주를 사서 나왔다. 다른 걸 더 살게 없나 봤으나 당장 필요한 건 없었다.


장을 보고 바로 캠핑장으로 돌아와 밥을 짓고 고기를 구웠다. 드디어 고추장에 고기를 먹는다. 감격에 겨워 하나씩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자전거 펑크를 수리했다. 존이 준 타이어는 나중에 위급할 때 쓰기로 하고 펑크 난 타이어를 고쳐서 넣었다. 존의 능수능란한 솜씨를 옆에서 지켜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확실히 펑크  육안으로 찾기 힘들어 컵에다 물을 집어넣고 겨우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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