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사운드를 향해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새벽에 깼다. 어제부터 시끄럽게 굴던 처자들이 잠도 없나 보다. 새벽 3시가 넘은 거 같은데 요란하다.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이번엔 옆에 텐트가 부산스럽다. 일본인 셋이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이른 새벽부터 어딘가로 가나보다.

7시 40분. 부스스 일어나 죽을 끓이고 달걀을 삶았다. 달걀은 가면서 간식으로 먹을 생각이다. 코코아와 죽을 먹고 정리하는데 옆에 노부인께서 토마토를 먹으라며 주셨다. 이것도 간식으로 먹어야겠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짐 정리를 마쳤다. 

춥다. 빨리 출발해서 열을 내야겠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 위해선 frankton을 다시 지나야 한다. 퀸스타운에서 나오는데 언덕이 날 배웅해준다. 시작부터 몸을 풀게 됐다. 새벽도 아닌데 공기가 차다. 해가 뜨면 좀 따듯해질까? 

Frankton의 공항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 방면으로 달린다. 길은 오르락내리락했으나 그리 큰 경사는 아니다. 밀포드 사운드까지 생각보다 갈길이 멀다. 삐걱대는 무릎을 재촉하며 페달을 밟아 본다. 와나카에 갈 때 호수 옆길을 따라갔던 것처럼 이번엔 와카티푸 호수 옆길을 따라간다. 와나카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보다는 덜 했지만 바로 눈앞에 보이는 구름은 인상적이다. 

멀리서만 보던 구름이 눈앞에 있는데 손이 닿을 것만 같다. 잠시 쉬어 어제 삶은 옥수수를 먹었다. 맛이 좋다. 찰지진 않은데 단 맛이 난다. 종종 해 먹어 볼까? 

50km 정도 달렸을 즈음 킹스턴에 도착했다. 퀸스타운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는 곳이지만 한적하니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다. 킹스턴을 지나가다가 펼쳐지는 풍경에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삼각대를 펼쳤다. 자전거를 세우기가 힘드니 사진 찍는 것도 일이다. 

용케 자전거를 세워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 사이 자전거가 넘어진다. 그리고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몇 장 못 찍고 이동. 

사진을 찍는 사이 멀리서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렸는데 아까 킹스턴에서 옛날식 기차가 관광상품으로 광고하던 게 생각났다. 저건가. 멀리 지나가버려서 제대로 못 봤다. 다시 페달을 밟아 가는데 아까 그 기차가 보였다. 빈티지한 것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기차를 뒤로 하고 다시 앞만 보고 달렸다. 출발한 지 70km가 되자 슬슬 몸이 지친다. 80km부터 잘만한 곳을 물색하려는데 마땅한 곳이 안 보인다. 길이 어느새 오르막으로 변했나? 얄밉게도 갑자기 팍 오른 게 아니라 꾸준히 올라 모르고 있는 사이 몸이 퍼져버렸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더 이상 갈 힘이 없었다. 

어디 쉴 곳이 있겠지 하며 고개를 넘는데 쉼터가 보인다. 캠핑을 하지 말라는 표시가 있으면 지나쳐야 하는데 다행히도 그런 표시는 없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뭘 물어보려고 그러나 아니면 여기선 텐트 치지 말라고 하려 그러나. 긴장한 채로 '헬로~' 하고 인사를 했는데 자긴 신경 쓰지 말라며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무슨 필름통만 한 걸 찾았는데 Geo caching 못 들어봤냐며 묻는다. 보물찾기 같은 건데 자기가 지금 그걸 찾아서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거란다. 신기하네. 종이엔 한가득 이름이 적혀있다. 의외로 마니아가 많은 놀인가 보다.

주행거리 : 8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