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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호 Nov 17. 2020

카톡 할 때 정말 당혹스러운 답장

 오랜만에 회사 동료 한 명과 카톡으로 업무 얘기를 할 일이 생겼다. 부서도 다르고 사무실도 달라 평소에 얼굴을 잘 볼 수 없는 동료이기에, 먼저 인사와 함께 안부부터 물었다. 동료의 근황에 대해 몇 마디 물은 뒤 업무 얘기까지 하고 나니 꽤 긴 메시지가 됐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니 몇 분 뒤에 답장이 왔다.


 “네”


 단 한 글자. 그걸로 끝이었다. 애초에 내가 어떤 질문을 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물은 게 아니라 업무 내용을 알린 것이었기에 긴 답장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짧을 수 없을 만큼 짧은 한 글자짜리 답장이 좀 야박하게 느껴졌다. 날씬하게 서 있는 한 글자 답장 위로 구구절절 뚱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 장문의 메시지가 나를 향해 부끄럽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혹시 내가 보낸 메시지에 기분이 나빴나?’하는 생각이 들어 메시지 내용을 다시 확인해 봤지만 그럴 만한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동료가 평소 무례하거나 경우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데다, 메시지를 보낸 시각이 업무로 바쁠 시각이었기에 크게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도 업무 내용만 간단히 적어 보낼 걸 괜히 쓸데없는 안부인사까지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나마 이 동료의 답장은 글자의 형태를 갖추기라도 했는데, 가끔 이보다 더 간단한 답장이 올 때가 있다.


“ㅇㅇ”

“ㅇㅋ”


 이거보다 더 짧은 대답도 있다.


“ㅇ”


 이런 답장을 받을 때마다 참 메마른 느낌이 든다. 사람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나 인공지능과 얘기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시간 없고 바쁜 세상에서 효율적인 게 제일 좋지, 뭐 이런 걸 갖고 뭐라고 하냐’, ‘당신 꼰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여전히 이런 답장이 불편하다.

 우리가 평소 말을 할 때 대화를 구성하는 건 말의 내용만이 아니다. 표정, 시선, 자세, 몸짓, 손짓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상대에게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말 자체도 어조나 강약, 억양 등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때로는 간곡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의사를 표현한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는 이런 비언어적 표현들이 모두 제거된 채 오직 글자로만 내용을 전달한다. 감정을 전달할 수단이 글자밖에 없으니 표현에 있어서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자만으로 말의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이모티콘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 노력 없이 보내는 무성의한 메시지는 단지 ‘글자’ 일뿐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서로 글자만 주고받는 사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에게 글자만 보낸다면 그건 실례가 아닐까?


 과도한 문장 부호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답장도 있다. 말끝마다 말줄임표를 붙이는 경우이다.


“응.......”

“그래.......”

“알았어.......”


 이런 답장을 받으면 정말 찝찝하다. 뭔가 뒤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참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래서 “무슨 할 말이 더 있는 거냐”라고 물어보면 또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 이쪽 입장에서는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뭐지? 맘에 안 드는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상대가 할 말 없다고 하는데도 마음이 개운치가 않고 불편하다. 정말 그런 의도로 보낸 답장이라면 성공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말줄임표를 습관적으로 붙이는 사람이 있다. 무슨 여운을 남기고 싶은 건지, 오래 기억되고 싶은 건지, 하는 말마다 끝에 말줄임표를 붙인다. 심지어 점의 개수도 다 똑같다. 본인은 별생각 없이 하는 습관인지 모르지만 참 안 좋은 버릇이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카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이제 의사소통의 핵심 수단이 되었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어디서나 부담 없이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건 분명 기술의 진보가 준 선물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사람을 만날 때 대화예절이 중요한 것처럼 이제 카톡예절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작가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 ‘kkh_mbc@인스타그램’에서 편하게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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