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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회의를 위해 DIET 프로세스를 활용하자

진짜 회의 만들기_09


한국인은 미쳤다


일반적으로 프로세스에는 불필요한 절차가 끼어 있어서 동기가 저하되기도 하고 인지 편향이 일어날 가능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 그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올해(2015년) 초 프랑스에서 도발적인 책 한 권이 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한국인은 미쳤다(Ils sont fous, ces Corens!)』이며, 부제는 ‘효율의 광란에서 보낸 10년’이다. 이 책의 저자 에리크 쉬르데주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굴지의 회사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다. 그가 프랑스 법인 대표까지 지냈으니, 한국 기업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에리크 쉬르데주의 개인적 감정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소 과장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책에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지적들이 나온다. 그는 한국의 기업 문화를 매우 위계적이고 군사적이라고 표현하였다. 특히 회의 시간에는 토론이나 의견 교환 없이 실적 관련 숫자만 거론됐으며, 목표 달성과 효율과 결과만 중요하게 다루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업 역시 지금까지의 회의에서는 의견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 실적과 계획을 보고하고, 이슈사항을 나열한 후에 리더가 몇 가지 사항을 묻고, 몇몇 차석들이 눈치를 보다가 한 마디 던지고 이에 대해 답변을 하면 끝나는 프로세스였다. 관리 중심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보고와 지시 중심의 회의만으로도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그래서일까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내라고 한다.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더 창의적인 의견을 내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지 못하는 것일 수 도 있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 그렇다. 따라서 점진적 개선을 위해 회의의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는 꼭... 다이어트!


회의의 양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면 회의의 질을 높이는 것은 두 번째 과제이다. 두 번째 과제의 핵심은 시간의 효율적 활용이다.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 아메리카의 파트너인 마이클 맨킨스의 말이다. “시간은 돈이다. 그러나 시간을 돈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조직은 드물다(Time is money, but few organizations treat it that way).” 


우리가 시간을 소중히 다루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회의이다. 회의는 한 사람의 시간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간을 쓰는 것이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회의를 물리적 양만 줄이는 것을 넘어, 시간의 질적 활용을 높이기 위해 DIET Meeting Process를 제안한다. DIET는 각 단계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총 4단계로 진행한다. 



[그림 8] DIET Meeting Process



Step 1은 의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Define Agenda’ 단계이다. 회의하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누가 참여하며,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 정의해야 한다. 이때 회의의 의사결정권자는 오늘 회의를 통해 얻고 싶은 기대사항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회의가 논점을 유지하면서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프로세스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의제(Agenda)가 명확해야 한다. 목적과 의제를 1~2줄로 기술할 수 없다면 회의의 의제가 아니다. 의제를 명료하게 설정하지 않고 진행할 생각이라면 DIET 프로세스가 아니라 다른 절차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


Step 2는 논의할 이슈와 문제를 설명하는 ‘Inform about agenda & issue’ 단계이다. 이때 참석자 중 이슈와 가장 관련이 많은 사람이 이슈사항에 대해서 간단하게 브리핑을 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문제 중심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회의의 목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충분히 논의하고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협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Step 3은 대안 탐색의 ‘Explore alternative’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참석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장은 후원자로서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구성원들의 더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참석자는 발언이나 의견을 통해서 회의에 이바지해야 한다. 따라서 의제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하여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Step 4는 목표, 기한, 담당자를 명확히 정의하는 ‘T3(target, time, those) setting’ 단계이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의사결정이 되었다고 회의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회의의 결론은 결정된 사안(무엇)을 포함하여 언제까지, 누가 할 것인지 실행계획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아래의 표는 DIET 프로세스의 주요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였으며, 각 단계가 회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표시해 두었다. 



[표 5] DIET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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