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 찾기.
결혼을 하고 나면 상대에게서 종종 나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상대의 모습을 보는 만큼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결혼 전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결혼을 하고 애인이었던 상대와 '생활'을 하다 보면 가족들과 함께 또는 혼자 지내면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왔던 '나'의 모습들이 문득 나타나 스스로가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여겨오던 나의 모습은 나와 생활이 다른 '타인', 그것도 내가 꼭 맞춰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과 있을 때 엉뚱하게 튀어나오게 된다. 그런 나의 모습은 상대에게도 혼란을 주지만 스스로에게도 종종 혼란을 준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결혼을 하고 함께 살다 보면 원튼 원치 않든 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게 부딪히는 부부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저 사람을 만나고 나서 이렇게 되었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인지 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면 '내가 원래 그런 모습이 있을 수 있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런 나를 만든 것이 '상대'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꼭 좋은 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혼을 하면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때로는 어떤 것이 해답인지 몰라서 고민하게 될 때도 있고 해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도 쉽게 고쳐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의 원인을 대부분 '상대'라고 치부해 버린다. 나는 특별한 문제가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나와의 생활에서 부딪히는 것은 상대의 '이상한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작고 작은 생활 문제들 중 꽤 많은 부분이 내가 어디까지 견디고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특별히 깔끔하거나 지저분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대와의 생활에서 '청소'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대가 지나치게 깔끔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지저분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구도 내가 나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깨끗하거나 지저분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즉 문제를 만드는 것도 행동을 고쳐야 하는 것도 상대일 뿐 내가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생각으로는 상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조율하거나 서로를 맞춰가는 것은 어렵다. 문제의 시작과 끝을 전부 상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나는 보통의 사람 즉 기준점이 되어 있고 나의 기준점에 상대가 맞춰야 한다는 뜻과 같다.
내가 나의 생각과는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은 '나를 상대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해보라'는 것과 같다. 상대의 시선에서 나를 보아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과 같을 수도 또는 다를 수도 있다.
사람의 많은 모습들은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판단되지 않는다. 꽤 많은 부분을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그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누가 문제가 되는지가 바뀌게 된다. 생활 속에서 오는 작은 다툼들은 기준점을 조금씩 바꾸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애초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대와 내가 다른 점이 있을 때 서로가 가진 기준점을 조금씩 바꿔서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이 보인다.
결혼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 중에서 내 안에서 나의 부모를 발견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보고 배웠던 것을 어느 틈에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을 때는 가족들과 나의 다른 점밖에 보이지 않지만 결혼을 해서 완벽한 타인과 가정을 이루면서 살아갈 때는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나의 속에 스며들어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은 나의 시선과 나의 눈높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상대와 맞춰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점을 바꾸어서 '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결혼은 상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던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