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결혼 생활을 위해 필요한 '각자'의 시간.
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에게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사실 결혼이란 이 사람과 최대한 함께 있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마주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결혼하고 나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리고 실제로 결혼을 하고 나면 매일매일을 상대와 함께 할 수 있다. 바쁘게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잠들 수 있다. 연애를 할 때처럼 서로 바쁘게 시간을 쪼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연애와는 다른 결혼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조금씩 갑갑해진다. 문득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함께 하는 시간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여전히 즐겁고 함께 하고 싶지만 무엇인가 덜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해결 방법을 쉽게 찾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직 결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즐거운 신혼생활 중간에 갑작스레 '나 요새 왠지 답답하고 짜증 나'와 같은 폭탄 발언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답답함을 안고 시간이 더 지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진다. 가뜩이나 결혼 초기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아서 맞춰가려는 노력만으로도 버거운데 자꾸만 예민해지는 모습에 나도 상대도 지쳐가는 것이 느껴진다. 결혼 전에 혼자 오래도록 지내왔던 사람들은 '내가 혼자 지내왔던 습관'이 너무 강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넘어가려고 애쓰지만, 늘 가족들과 함께 지내오던 사람들은 '난 혼자 지내던 사람도 아닌데 왜 이 사람과는 힘들까'라는 생각으로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과 내가 맞지 않는 것일까.
이 문제의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결혼을 해서도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많은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시간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안정감 있게 만드는지를 잘 모른다. 특히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는 것을 잘한다고 여긴다. 자신이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도 잘 들여다보면 알게 모르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는 가족과 떠들고 지냈어도 적어도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 혼자이다. 사람마다 혼자의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자신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있고 그 시간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의 온전한 휴식과 치유를 위해 쓰인다.
결혼은 생활이고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긴 여행의 시작이다. 적절히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정해두고 서로 조금씩 주고받으면서 맞춰가지 않으면 쉽게 지치게 된다. 처음 함께 재밌게 지내기 시작할 때는 이러한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만의 장소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 이러한 부분을 정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서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서로 각자의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때가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 전혀 상의가 없다가 중간에 갑작스러운 통보하게 되면 상대를 서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가볍게 조금씩 상의를 해두면 어느 순간 정말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서로 잘 받아들이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공간과 자신만의 시간이라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꼭 각자의 방이 있어야 하고 하루 종일 혼자 보내야 하는 날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집안내에서 작게 '나의 공간'과 조금이라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편하게 앉아서 쉬는 소파의 한자리를 '내 자리'라고 정해두고 지치거나 쉴 때 멍하게 앉아 있을 수 있으면 그곳은 '나의 공간'이 된다. 별것 아니지만 '여기는 나의 것'이라고 지칭하는 순간부터 나에게는 내가 쉴 수 있는 하나의 장소가 생긴 것과 같아진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도 그 안에서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질 때 쓰는 장소를 정해두는 것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꼭 특정 장소에 가서 특정 시간만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방에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조용히 있을 수 있으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 같다. 종종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것만 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시간이 서로에게 편하고 그 시간이 지나서 또다시 대화하고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각자의 공간과 각자의 시간을 갖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꼭 집안에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해 주어야 한다. 집안에 나만의 공간이 없다면 나만의 시간은 무의미하다. 시간이 있어도 혼자 있을 장소가 없기 때문에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밖은 온전하게 '나'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더 어렵다. 결국 밖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된다. 반대로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더라도 나만의 시간이 없다면 결과는 같아진다. 내방이 있다고 해도 항상 누군가가 들어와 있다고 하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게 된다. 크던 작던 두 가지가 함께 되어야 온전하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처음 결혼생활을 할 때는 함께 생활하다가 각자의 시간이 다시 생긴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고, 그것이 편안한 각자의 결혼'생활'이 된다. 즉 서로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도 서로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이 말은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기를 주장하면서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고 그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막무가내로 나만의 방식으로 공간과 시간을 갖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켜서 상대가 나를 배려할 수 없게 만든다. 종종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갖기 위해 상대를 버려두거나 상대의 시간을 존중해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두 사람의 갈등을 더 크게 만들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결혼 초기부터 대화를 통해 조율해 왔다면, 이러한 문제가 없이 서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결혼 초기에는 정말 많은 다툼과 상상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무리 즐거워도 생활의 큰 변화는 당연히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나만의 시간과 공간은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상대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답답함에 괴로워하면서 내가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보자. 그동안 작게 쌓여있던 예민함이 눈처럼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민함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여유를 되찾게 된다. 그러한 여유는 내가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해결책을 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