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함께 잠시 쉬어 갑시다.

편하고 행복할 나의 결혼 생활을 위해.

by For reira

이른 휴일 시간에 휴대폰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지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오래간만에 대화를 했는데 서로를 조금 이해해 가는 느낌이 들었어. 근데 오늘 아침에 다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다시 그 전이랑 똑같은 것 같은 거야. 나는 이해받고 싶은 것뿐인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모르겠다."

결혼 한지 다섯 달 정도 된 이 친구는 두 달 가까이 배우자와 크고 작은 말다툼을 했다. 처음의 시작은 사소한 생활 방식의 차이였으나, 그런 사소한 차이들이 쌓여서 어느 날 큰 다툼이 일어났다고 했다. 크고 작은 말다툼들에 친구는 점점 이해받지 못한 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상대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어제 이야기가 잘 된 것 같았으면서 오늘 아침에는 또 왜 이야기가 시작된 거야?"

나의 질문에 친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고 잠시 기다리고 있자 조금 뜸을 들이던 친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다툼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 번 더 이야기하자고 했지. 어제 이야기가 잘되었으니까 오늘은 좀 더 잘 진행되고 그러면 금방 서로를 이해하고 좋게 지낼 수 있겠다 싶어서."

"이야기가 한번 잘되었으면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가진 후에 다시 이야기하지 그랬어. 서로 마음이 조금 풀린 상태로 지내다 보면 좀 더 여유가 생겼을 텐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에 이야기하자, 친구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나도 그게 좋은 거 아는데.. 그냥 요새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한번 더 이야기했는데.. "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좋은 시간만큼 중간중간 힘든 시간도 찾아올 때가 있다. 그 '고비의 시간'들을 함께 잘 넘고 나면 서로를 잘 이해하는 멋진 부부가 될 수 있지만, 당장 힘든 시간을 지내는 신혼부부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서로를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실 그러한 노력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각각 다르고, 노력해야 하는 방법에 따라 노력해야 하는 정도 역시 다르다. 따라서 서로 순탄하지 못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나와 배우자가 같은 정도의 '힘듦'을 견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힘든 시간에 관계를 위해 노력하게 되면, 상대의 힘듦보다는 나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서운함은 보통 상대에게 노력을 재촉하거나 혹은 참고 있다가 감정을 퍼붓는 것으로 표출되는데 이러한 방법은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안기지 못한다.


노력을 하다가 종종 힘들어하는 부부를 보게 되는데,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쉬기'이다. 간단한 다툼은 며칠간의 노력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의 다툼은 생각보다 길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 조금씩 지쳐가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에게 지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치게 된다.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에너지와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그 에너지를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면 충전할 시간이 필요한데, '고비의 시간'이 길어지면 노력을 하기 위해서 충전할 여유를 두지 않고 남은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에너지를 전부 사용하고 나면 정말 '조금 더'힘을 내야 할 때에 '조금'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 결국 그동안 열심히 한 노력의 결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다시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때가 많다.


너무 지치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고 관계를 향해 서로 노력하고 있으나 끝이 안 보이는 막막함이 든다면,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잠시 쉬자.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좋은 부부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나의 행복한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힘이 남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노력도 좋은 생활도 의미가 없다.


잠시 쉬면서 나를 돌아보고 상황을 돌아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때가 많다. 나의 에너지가 사라지면 마음이 더 조급해져서 좋은 방법이 있어도 보지 못하게 될 때가 많다. 반대로 여유가 생기면 이해하지 못했던 새로운 면들이 보이기도 한다.


노력을 하다가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모든 것을 멈추고 나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보통 이때 잠시 노력을 멈추게 되면 안 좋은 상태로 관계가 끝나게 될까 봐 쉽게 자신에게 쉴 시간을 주지 못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나에게 충분히 쉬고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져서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찾지 못하게 된다.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의 시간'을 요한다. 서로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사실은 너무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늘 잊는다.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실 신혼초의 연애의 상위 버전 같은 시간이라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정 후에 비로소 결혼해서 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신혼 극 초기를 지나 조금씩 서로 다투는 시간이 많아져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결혼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나를 돌보면서 배우자와 함께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서로 맞춰가면 된다. 다른 부부는 싸움 하나 없이 잘 맞춰간다고 부러워하지 말자.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그런 부부가 되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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