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이용하는 상급자 (하)
도대체 상급자들은 왜 이런 추파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백에 한번 걸릴만한 순진한 직원을 찾기 위해라고 생각하더라도 사실 많은 위험부담이 있기도 하고 꽤나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급자의 추파를 매우 불편해하고 불쾌감을 느낀다. 그런 상급자로 인해 '퇴사'를 고려하는 직원도 꽤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런 상황이 표면상으로 크게 드러나도 상급자들에게는 별 다른 영향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은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한번 추파를 던진 사람은 쉽게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방법을 지지하고 이용하는 하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급자의 밑에는 '그런' 방법으로 상급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직원들이 모이게 된다. 결국 상급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벼운 관계'를 손에 얻게 되고 하급자들은 자기 능력보다 많은 이익을 회사에서 쉽게 취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저런 하이에나와 같은 직원들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대표 또는 부장급 등 높은 직급의 상급자와 '가까운'관계를 맺어 다른 직원들보다 직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상급자'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친분으로 다른 직원들을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급자에게 가서 험담을 늘어놓는다. 그들의 험담은 인사 평가에 곧잘 반영되기도 하며, 회사가 작은 경우는 '퇴사'할 때까지 틈틈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능력 이상의 연봉이나 상여를 받아가기도 한다.
지인 중에 이러한 상황에 얽혀서 퇴사해 된 경우가 있었다. 입사 후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던 한 직원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전혀 할 줄 몰랐음에도 부장급과 같은 월급을 받고 있었으며, 지인이 업무 부분에 관해 바른 소리를 하자 상급자에게 달려가 '자신은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 나가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상급자가 이 직원을 데리고 나간 후 두세 시간 뒤에 들어와서 지인을 불렀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업무를 잘 못하긴 하지만 '알아서'옆에서 잘 보좌해주던가 아니면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답은 퇴사뿐. 나올 때 다른 직원들이 따라 나와 등을 두들겨 주며 지금 과 같은 상황이 '처음'이 아녔으며 일주일 이상 근무하는 직원이 손에 꼽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가 만난 하이에나 같은 직원은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실제 영업적인 능력이 특출 나지도 않았으나 회사의 대표와 '특별한' 관계였다. 타 직원과 다르게 출퇴근도 매우 자유롭게 했으며, 법인카드 사용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대표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대표 옆에서 기분을 풀어주기도 하고, 종종 대표와 '술친구'를 해주기도 하였다. 영업성과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실수로 회사 내의 큰 거래를 날리게 되었음에도 어떤 질책도 받지 않았으며, 그런 큰 실수 가 있는 해에도 꼬박꼬박 몇천만 원의 '성과급'을 챙겨 갈 수 있었다.
이런 상급자들이 끊임없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데에는 저렇게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저런 경험을 한번 하고 난 사람은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 즉 상급자들은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계속 '기회'를 던져 주고, 그 '기회'를 발판 삼는 직원을 만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 정상적인 직원들은 당연히 불편해하면서 멀어지게 되지만 그것이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은 상대보다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회사란 생각보다 불공평하고, 찌든 사고방식의 상급자를 만나지 않는 것도 정말 힘들다. 게다가 상급자를 내 맘대로 정할 수는 없으니 기도하면서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저런 상급자 들은 절대 나의 업무 능력을 보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 사람의 '기준'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이 준 기회를 잡지도 못하는 '무능력'한 직원일 뿐. 이런 상사를 만나면 답은 두 가지이다. 경력을 쌓을 때까지 다 포기하고 눈감고 귀 막고 그냥 다니던가 아니면 빠르게 탈출하던가. 대부분은 더러워도 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딜 가도 저런 사람이 없으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경력을 쌓을 때까지 조금만 참아야지.
그렇게 눈감고 귀 막고 다니더라도 결국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을 보다 보면 속이 쓰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종종 고생도 하나 안 하고 자존심을 쉽게 내려놓고 편하게 사는 저런 사람이 '능력자'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에 속으면 안 된다. 나는 언젠가는 더 좋은 곳에서 갈고닦은 능력으로 벌 수 있게 될 거니까. 나쁜 방법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다. 자존심과 도덕성까지 버리면서 돈 벌어서 뭐하겠어. 나는 정말 능력이 있으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