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피형아 Aug 05. 2023

#2. 불 꺼진 서른 중반에 빛이 되어준 구창모 2탄


https://brunch.co.kr/@forsea5999/24

↑ 첫 번째 이야기 ↑




두 번째 이야기.






친한 동생들과 함께 다녀온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중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장소인 인천을 다녀왔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 세 명은 그날 이후로, 나로 인해 송골매에 입덕한 건 물론, 특히나 나를 따라 창모형에게 자연스레 입덕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아마 네이버에 창모형의 팬카페를 개설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검색을 제대로 안 한 게 맞는 건지 그때엔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창모형의 팬카페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구나, 인천 콘서트 전에 팬카페를 개설했구나 ㅋㅋ)


마지막 장소였던 인천 콘서트는 훨씬 더 재밌었다. 친한 동생들이 나만큼 즐겨줘서 더 재밌었던 듯. 그날부터 뭔가 되게 공허한 삶이 시작됐다. 혹시라도 창모형의 지역 축제 무대에 선다는 기사나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봐 검색을 자주 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그 거리가 갈만하면 혼자서, 아니면 알게 모르게 네이버 팬카페에 가입한 창모형의 팬들과 가볼까 했다.


그동안 너무나도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내 삶에 잠시나마 원동력이 되어준 송골매의 구창모였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다시 한 번 무기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11월 말 쯤? 그날도 인터넷에 접속해 "송골매 구창모", 또는 "가수 구창모"를 검색했었다. 그런데 따끈따끈한 소식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송골매, 2023년 KBS2 설특집 대기획 콘서트]


라는 미친 소식이었다. 눈꼽 때문에 눈 뜨기가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사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학교 다닐 때나 그렇게 벌떡 일어나지) 마치 하느님께서 내 소망을 이루어주신 것만 같았다. 기사를 읽어보니 무려 5천석 규모의 콘서트를 KBS에서 주최한다는 건 물론, 100% 무료 공연이라니???!!! 녹화는 12월 초 쯤? 일산 킨텍스홀에서 한다고 했다. 5천석 무료이기 때문에 티켓팅이 어마무시하겠다는 걸 순간 적으로 직감했다. 주변에 티켓팅 지존인 엑소엘 동생과 샤이니월드 동생들에게 미리 부탁 완료!







티켓팅은 대성공이었고 나는 일부러 서브 무대(이동식 무대) 바로 앞열로 4석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창모형 쪽 통로로 2석 더. 인천 콘서트 때 나를 따라갔다가 입덕한 동생들 중 한 동생이 아버지와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2석을 더 잡았던 것.


하루에 무조건 한 두 명은 네이버 팬카페에 가입할 정도였고 금세 100명 가까이 모이게 되는 걸 보면서 내가 다 감격스러웠다. (확실히 창모형의 팬분들은 코어팬이 많다는 것도) 나처럼 유퀴즈 때 제대로 입덕한 늦덕이들이 많았는데 그 분들과 일산 콘서트 때 일찍 만나 커피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일산 콘서트 녹화를 기다리며 또 한 번 삶의 원동력을 느낄 수 있었다.


누나들 이후로 연예인에 관심이 없었고 누나들 이후로 누구를 덕질할 마음도 전혀 없었다. 이렇게 다시, 그것도 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7080 밴드인 송골매를, 그것도 송골매에서 구창모라는 가수를 덕질할 줄 그 누가 알았단 말인가...(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신기할 뿐더러, 지금은 스스로 대견하다) 누나들을 미치도록 쫓아다닌 경험과 누나들 팬카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카페의 운영자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덕질임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스스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일산 콘서트 녹화 하루 전날, 덕질 경험과 경력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자유시간 초코바와 스티커를 폴리백에 하나 하나씩 담고 있었던 것. 5천명이 오는데 내가 나눔해드릴 수 있는 건 너무나도 한정적이었다. 생각보다 포장하는 시간도 많이 걸렸고. 120개 정도의 나눔할 걸 포장했다.


인천 콘서트 때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10분이나 늦게 도착한 최악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일산 콘서트는 무려 6,7시간 전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차를 끌고 간 덕분에 엄청 넓은 주차장을 마음껏 누빌 수 있었다. 일찍 도착해서 네이버 팬카페의 늦덕 팬분들과 만나 차를 마셨고 거의 뭐 2,3시간 동안 수다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창모형을 언제부터 왜 좋아하게 됐는지? 덕후들의 대화는 늘 정해져 있다. 본체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체 이야기로 끝나는 것.


녹화 시작이 18:00 였나? 30분 전 들어가서 입장을 막 하는 송골매의 모든 팬분들에게 창모형의 스티커가 붙여진 초코바를 나눠 드리기 시작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받았다. 받아가는 분들 모두 "구창모 팬클럽인가봐", "구창모 멋있다", "배철수는 팬클럽 없어요?" 등등의 재밌는 말씀을 주고 받았다.






정확히 정시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송골매의 콘서트에 흠뻑 빠져 제대로 놀게 되었다. 인천 콘서트 때 내가 손수 제작한 <책임져골매>라는 그 시절 대형(?) 플랜카드가 포토그래퍼 님에게 찍혀 송골매 콘서트 오피셜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영광과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번 일산 콘서트 역시 <책임져골매> 플랜카드를 가지고 왔고 이동식 무대가 내 앞으로 돌진해 올 때 펄럭거리며 흔들어댔다.







인천 콘서트 때는 창모형이 대놓고 손가락 찜을 날려주었는데 일산 콘서트 때는 활짝 웃어주시며 3,4초 동안 내 플랜카드를 바라봐주셨다. (근데 창모형에게 아직까지 여쭤보지는 않음ㅋㅋ) 이번엔 철수 삼촌도 내 플카를 보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는데 나는 이 시간까지 내 플랜카드를 봐주셨다고 굳게 믿고 있다 ㅋㅋ


공연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하늘나라 우리님>을 부르며 한 번 더 이동식 무대가 내 앞으로 돌진해왔다. 미친듯이 신나게 놀면서 다시 한 번 <책임져골매> 플카를 흔들었는데 카메라맨과 스탭 한 분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시다가 나의 대형 플랜카드를 보신 게 아닌가?! ㅋㅋ







지금도 그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스탭분이 먼저 내 대형 플카를 발견했고 카메라맨의 어깨를 다급하게 툭 치시며 나를 빨리 찍으라고 하셨다 ㅋㅋ 그래서 나는, 내가 손수 제작한 핸드메이드 대형 플랜카드 <책임져골매>와 함께 그 모습 그대로 방송을 타게 되는 영광을 이루었다 ㅋㅋ (덕후는 대부분 관종이며, 관종은 이런 거에 열광한다)


너무나도 재밌었던 KBS 설특집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녹화가 모두 끝났고 나는 인천 콘서트 때 나를 따라 왔다가 창모형에게 입덕한 후 이번엔 아버지를 모시고 온 친한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의 아버님을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친한 동생의 아버님이 내 옆에 앉으셨는데 집까지 가는 동안 너무 재밌었다고 하셨다.


"처음부터 너무 너무 재밌었고 구창모 씨는 여전히 노래를 진짜 잘 하네!"


하시는 건 물론, 아버님은 콘서트 내내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며 연신 울컥하셨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아버님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울컥함과 함께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신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20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수원 송년 음악회 스케줄이 남았다. 이것도 마치 하느님이 나의 소망을 들어주신 것만 같았는데 창모형의 개인 스케줄이 바로 12월 31일 날 수원에서 있는 것이었다. 30대로 접어 들면서 12월 31일엔 늘 집에 있었다. 몇년 만에 연말을 바깥에서 보내게 되다니...계속 송골매 콘서트로 따라 다녔다가 처음으로 가보는 창모형의 개인 스케줄. 그것이 대사건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12월 31일 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1. 불 꺼진 서른 중반에 빛이 되어준 구창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