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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는 판타지다> 6화
꿈결 같던 2022년의 12월 31일이 지나고 2023년 1월이 되었다. 수원 송년음악회 때 대기실에서 창모형에게 직접 여쭤본 결과, 4월에 송골매 앵콜 콘서트를 할 것이고 그 전까지는 일정이 없다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송골매 앵콜 콘서트가 아직은 기사로 나가지를 않아서 팬들만 미리 알게 된 큰 행사였던 것. 1월 중순? 그때 김범룡 아저씨와 비공식(?) 스케줄이 하나 있었는데 어디였더라, 베트남이었나? 태국? 아, 인도네시아였건 던 것 같다. 무슨 골프 행사 일정 중 디너 콘서트? 거기에 초대가수로 창모형과 김범룡 아저씨가 오신다는 걸 기사로 알게 되었는데 어쨌든 2023년 4월까지는 아무것도 없이 지내게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심심했는지... 2023년 2월 말? 3월 초? 그 쯤 송골매 앵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기사를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국투어 첫 시작이었던 서울에서 이틀 간 하는 앵콜 콘서트였고 장소는 역시나 케이스포돔. (올림픽체조경기장) 전국투어 마지막 장소였던 인천 콘서트를 같이 간 친한 동생들 3명에게 혹시 몰라 물어봤는데 3명의 동생들 전부 만사 OK! 그때 너무 신나게 놀았다면서 이번 앵콜 콘서트도 무조건 간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내가 다 감동.
언제였더라, 창모형 팬클럽 <희나리> 밴드에 회장 누님께서 공지 하나를 올리셨다. 그 공지는 바로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송골매 앵콜 콘서트 때 창모형 팬클럽 서포터즈를 모집 하신다는 글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앵콜 콘서트 때 창모 오빠의 서포터즈를 모집하려고 합니다.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할 지는 모르지만 팬클럽을 위해서, 그리고 창모 오빠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주실 팬 여러분의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고 그 글을 보자마자 회장 누님께 1:1 채팅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한 15명 정도? 20명 조금 안 된 걸로 기억을 하는데 송골매 앵콜 콘서트 때 창모형을 위한 서포터즈 정예 멤버들이 꾸려졌다. 3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나? 회의를 위해 서울 역삼동에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고 나는 그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회장 누님은 물론, 희나리의 올드팬이신 누님들까지 실제로 처음 뵙는 날이었다. 회의 당일이 되었고 내 가슴은 오랜만에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하는 덕질인지, 그리고 30~40년 이상 된 올드팬 누님들을 직접 만날 생각에 기대와 걱정이 반씩 들었다.
대부분 약속 시간 보다 10분 전에는 도착하는 스타일인데 그날은 한 30분 전에 도착한 것 같다. (여유를 부렸는데도) 회의실에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었나? 두 번째?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최소 두 번째로 도착은 했던 것 같다. 45년 창모형의 팬을 하고 계신 푸른솔 누님을 가장 먼저 뵈었고 그 뒤로 나와 같은 늦덕이 누님들, 다른 올드팬 누님들도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세종에서 올라오신 회장 누님이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오셨는데 세상에서 그렇게 인자한 표정은 처음이었다. (샤바샤바 그만해!) 다른 누님들의 인상도 그렇게 좋으신지 깜짝. 덕질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느끼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각 가수의 팬클럽 이미지다. 당연히 창모형이 활동했을 때엔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어린이 정도였으나 유튜브로 모든 영상을 섭렵해본 결과,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팬클럽 누님들하고도 딱 떨어진다는 거다. 침착하시고 조용하시고 순수하며 순한 이미지. 먼저 나대지(?) 않는 그런 스타일. (겪고 보니 확실했다)
연희 회장 누님부터 올드팬이신 누님들이 나를 포함한 늦덕이들에게 두 눈이 커지며 두 손 모아 물어보신 게 있었다.
"아니, 우리는 오빠를 옛날부터 좋아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당신들은 대체 왜 지금에서야 오빠의 팬이 된 거예요?"
(ㅋㅋㅋㅋ) 나처럼 나이가 좀 젊은 늦덕이들도 있었지만 올드팬 누님들 나이와 비슷한 늦덕이들도 꽤 됐었다. 특히 나와 같은 젊은 늦덕이들은 대부분 2022년 7월, 그러니까 작년 7월에 방송된 유퀴즈를 통해 입덕을 하게 되었다. (나도 그랬고)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의외로 나처럼 유퀴즈 때 입덕한 창모형 팬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다. 나는 온전히 창모형의 음색 하나에 미쳐서 좋아했고 늦덕이 누님들은 여전히 잘 생기셨다며 거기에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팬클럽 서포터즈 준비 기간은 딱 한 달. 생각보다 촉박한 시간이었고 그날 약 3시간 정도 머리를 맞대어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아, 그전에 연희 회장 누님은 나에게
"**이는 네이버 카페 그대로 잘 운영해주고~"
라고 한 번 더 용기와 응원을 해주셨다. 일단 케이스포돔 앞에 팬클럽 부스를 하나 설치하기로 했고 부스 담당은 내가 맡았다. 이틀 간 <희나리>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 그러니까 창모형 굿즈를 뭘로 만들지 의논을 한 결과, 구창모 글씨가 새겨진 핫핑크색 응원봉, 핫핑크색 머리띠, 송골매 때 매치매치바를 광고하신 적이 있어서 같은 해태에서 나온 자유시간으로 대체한 후 그 자유시간에 매치매치바 스티커를 붙이기, 창모형 얼굴이 들어간 떡메모지 각 50매씩, 티슈, 스티커 5종, 송골매 일러스트 엽서 등이 선정됐다. 상상만해도 혜자스러운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몽골텐트(부스), 떡메모지 제작 업체, 부스 앞에 세워둘 배너 2종 제작 업체를 찾기로 했고 그날 밤부터 인터넷을 모조리 뒤지며 부스 업체 선정에 가장 먼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을 서포터즈 정예 멤버 단톡방엔 불이 났고 덕분에 굿즈 제작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 '것만 같았다' 라는 단어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