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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부터 보시면 더욱 재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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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야기
<구창모는 판타지다> 다섯 번째 이야기
2022년 07월, 유퀴즈로 입덕을 하고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를 서울과 인천을 다녀오면서 나는 더 딥한 덕후가 되었다. 12월 초 쯤에 있었던 일산 콘서트 녹화는 물론, 12월 31일 수원 송년음악회에서 창모형의 판타지스러운 팬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니 어느 새 2023년 1월 1일이 되어 있었다. 왠지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재밌을 것 같았다. 30대를 다 살아본 건 아니지만 왠지 30대의 인생 중에서도 가장 재밌는 해가 될 것만 같았다.
언제였더라, 분명히 다음과 네이버에 창모형을 검색했을 때 팬카페가 나오지 않았었다. 진짜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고 그만큼 분명히 팬들도 남아 있을 텐데 팬카페가 없다니.. 그게 가장 아이러니해서 2022년 11월 쯤에 내가 네이버에 창모현 팬카페를 개설했다. 별 다른 홍보 없이 어떻게 다들 아시고 하나 둘 씩 모여서 금세 100명이 넘는 팬분들이 모였다. (그래, 근데 왜 팬카페가 없지?) 그러다가 언제였을까.. 다음 카페에 <희나리> 라는 창모형의 팬카페를 발견하게 된 것! (그럼 그렇지, 없을 리가 없잖아 ㅠㅠ 근데 왜 그토록 검색했을 때는 안 나왔냐고)
들어가보니, 회원수도 제법 많았던 카페. 자세히 보니 네이버 밴드로 이사를 갔단다. (밴드요? 그... 밴드요?) 어떤 누가 창모형의 팬클럽이 무려 네이버 밴드에 존재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냐는 말이다 ㅠㅠㅋㅋ 뭐 어쨌든 너무 반갑고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밴드 앱을 깔았다. (내가 밴드를 다 하다니..ㅋㅋ) 밴드로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해서 그런지 창모형 팬클럽 <희나리> 밴드엔 한 150명? 그 정도 계신 걸로 기억한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웠던 반면, 한편으로는 걱정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일단 <희나리> 팬클럽엔 나같은 늦덕이들도 많았지만 당연히 올드팬이신 누님들의 비중이 훨씬 더 많았다. 덕질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기존의 팬클럽에 신입인 내가 들어갈 때에 느낄 만한 부담감 같은 것. 기존의 팬들이 나를 좋아할까? 친하게 지내줄까?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등등 이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창모형의 팬클럽 <희나리>의 존재를 전혀 몰라 내가 내 손으로 네이버에 팬카페까지 만들어놨으니.. 소위 말해 나는 그야말로 똥줄을 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망의(?) 어느 날. <희나리>의 대장! 회장 누님께서 밴드에 글을 올리셨다.
[안녕하세요, 회장 양연희 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앞으로 창모 오빠의 팬클럽은 이곳 <희나리> 밴드를 공식으로 하며 모든 정보와 스케줄 또한 이곳에서 공유합니다. 오빠에게도 말씀 드렸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회장이라서 그런 건가, 나도 누나들 덕후 중에서는 나를 이길 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을 했었고 <요정 베이커리>라는 누나들의 팬카페(공방파)를 운영한 시샵 출신이었지만 양연희 회장 누님의 글에서는 이미 포스가 넘쳐 흘렀다. 설렘은 전혀 없었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회장 누님의 닉네임을 눌러 쪽지를 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늘호수 박**이라고 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제가 희나리의 존재를 모르고 창모 형님의 팬카페를 네이버에 만들었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대충 이런 내용이었고 누님께 최대한 예의를 갖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흘렀던 것 같은데 연희 회장 누님에게 답장이 온 것이다.
이렇게 답장이 왔는데 나는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다. 역시 회장이라는 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우리 연희 회장 누님을 비롯해서 희나리의 올드팬이신 누님들 모두 늦덕이인 나를 굉장히 잘 챙겨주신다. 이제 막 1년을 본 사이지만 1년 사이에 거짓말 안 하고 한 20번 넘게 봤나? 회의할 때 만나고 공연에서도 만나고 말이다. 특히나 내가 친구들 만큼 누님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던 건 13년을 함께한 루피가 지난 8월 21일에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다. 그날 창모형이 심사위원으로 계시는 MBN <오빠시대> 녹화가 있던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는데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산책을 여전히 좋아하고 잘 하던 루피였다. 집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나갔고 여느 때처럼 루피의 밥을 챙겨준 뒤, 루피가 나를 한 번 보고서는 밥을 먹는 걸 보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집에서 나온 건 아침 8시 쯤, 동생이 오후 5시 쯤 집에 들어왔는데 루피가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하는 문자와 사진을 받았다. 녹화 중간에 나갈 수가 없었고 끝이 나려면 밤 10시 쯤 되어야 하는데 그 문자와 사진을 보고서는 한참을 멍 때렸다.
"왜.. 어제도 산책 잘 했는데.. 아침에도 나 보면서 꼬리 흔들었고 밥 먹는 것도 보고 나왔는데.. 왜...."
그러다가 진짜인 걸 인지하고서는 앉은 자리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대에서는 오디션을 보는 사람들이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계속해서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신기한 게 원래 거의 논스톱으로 녹화를 하는데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서 다시 녹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이 그때 한 15분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내가 계속 우니까 옆에 앉아 계시던 '작은꽃' 누님과 '하늘햇살' 누님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셨고 목이 멘 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루피가 죽었대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주변에 앉아 계시던 우리 연희 회장 누님부터 '푸른솔' 누님, '고구마' 누님, '별사탕' 누님 등등 전부 다 나에게 달려와 등을 토닥거려주셨다. 특히 '하늘햇살' 누님하고 연희 회장 누님은 같이 막 우셨는데 그 순간 정말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다. 설령 내가 지금 집에 간다고 해도 루피가 눈을 뜨는 것도 아니고 내 슬픔 때문에 누님들한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일단 마음을 추스렸다.
밤 10시 쯤 녹화가 끝났고 여느 때처럼 창모형의 퇴근길을 보기 위해 누님들과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누님들은 여전히 내 위로를 해주셨고 그때 나는 스스로 마음을 재빨리 추스렸던 것 같다. 루피의 종양이 악성이었고 수의사 선생님께서도 오래 살면 6개월이라고. 루피는 6개월 꽉 채우고 2주를 더 살다 갔다. 어떻게서든지 아프지 않게 해주려고 강아지 항암에 좋다는 양배추를 매일 삶았던 건 물론, 블루베리, 후코이단, 방울토마토를 매일 매일 사료와 함께 섞어 급여 했었다. 아, 브로콜리까지. 다행스럽게도 루피는 가는 날까지도 너무나 잘 먹어줬는데 그 덕분에 더 오래 살았을 거라고 내 스스로 믿기로 했다. 그랬더니 그나마 좀 빨리 추스려 진것도.
조금 지나니 창모형이 나오셨다. 내 기억이 맞다면 창모형이 나를 보자마자 위로를 해주신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맞다면 일일 매니저를 한 창모형의 아들 주현 군이 얘기를 전해준 것 같다. 어쨌든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고 창모형과 단체 사진을 한 장 찍으며 퇴근길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알려드릴 글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덕질 일기를 보실 거지만 여전히 생각한다. 그리고 느낀다. 창모형의 덕후가 되면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나게 된 것. 복을 아주 한아름 받았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