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버티는 힘, 숨은 웃음 찾기 11
아들에게 엄마가 전업작가가 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아들이 약간 음, 하더니 괜찮을 거 같아라고 대답했다.
다만 그럴 경우에 엄마가 개를 키워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워킹맘이라 개 혼자 집에 내버려둘 수 없으니
개한테 못할 짓이라 키울 수가 없다고 말했던 얘기의 댓구였다.
(출퇴근까지 길어 무려 12시간을 강아지 혼자! 아마 고양이도 안될 듯.)
그러니까 내가 전업작가가 된다면,
개를 씻기고 먹이고 산책하는 일을 매일매일 수행하는 거다.
개는 이쁘지만 그런 일을 십수어 년 할 수 있을 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전업작가가 되면' 이란 라임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가정 상황들을 만들어 냈는데,
하나 같이 임무가 무거웠다.
생계를 완전히 유지할 자신이 없으니 부업을 병행해야 할 것 같았다.
찻집을 운영하던지, 영어 과외를 병행하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 운동도 하러 가야 하는데...
이것은 퇴사 후 나의 소원이었는데...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량의 운동을 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사치 아니었던가.
이렇게 전업작가일 나의 하루를 구성해 보니,
새벽에 아들 챙겨 학교 보내고,
오전에 강아지 돌보고 운동 다녀와서 점심 먹고,
찻집에 나가서 일터를 돌보고 글을 좀 쓸까 하고 앉아보면 강아지가 산책하자고 조르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내게 맡겨 놓은 강아지를 보고 좋아라 했다가
아들이 곧 학원에 갈테니 그 전에 먹을 거 챙겨 먹이고,
글 좀 쓸까 하고 앉아보면 다시 저녁 차릴 시간이 되고,
저녁 먹고 치우고 나면 밤이 되어서 쉬어야 하고 - 아니면 정말 불굴의 의지로 이 때 글을 쓰던지!
이런 식으로 어이 없이 흘러가 버릴 예정인 것이었다.
이것은 이름만 전업작가이고, 전업주부의 삶치고도 빡센.
이렇게 퇴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퇴사 후 작가가 되는 건 더 어려운 걸로 밝혀졌다.
전업작가인 분들은 정말 자신의 일과를 어떻게 꾸려나가는 건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자세히 읽어봐야 겠다.
달리기로 자기 자신을 다잡았던 전업작가의 이야기가 필시 길을 보여주리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