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버티는 힘, 숨은 웃음 찾기 14
내일 있을 신장검사에 쓸 소변을 하루 종일 채취해야 해서 오늘 병가를 냈다.
늦잠 자려 했는데 회사 가는 날과 똑같은 시간에 깼다.
야속한 내 방광. 일찍도 일을 시작해 버렸구나.
집안 정리를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나서 리모컨을 손에 잡고 넷플릭스를 뒤적였다.
주지훈의 초기 모습이 궁금해서 보다가 어이 없는 불륜 미화에 시청 중단했던 ‘키친’을 재시청해 보았다.
당최 셋이 한 집에 살면서 우리 어쩌지? 밥이나 해 먹을까? 하면서 남편 바보 만드는 것도 어이 없고, 마성의 프랑스 남자는 왜 이렇게 한국어를 잘 하는 건지. 프랑스 남자들은 바람 피우는 거 아무렇지 않을 거야 하는 유치한 가정에서 출발한 설정도 웃기고(모든 프랑스 남자들에게 1패를 안긴 건가. 이런 스테레오 타입이라면 이태리 남자가 더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지 않나) 예쁘기만 한 여자 주인공은 눈 똥그랗게 뜨고 나 오또케를 연발하지만, 낮에 시장에선 무슈와, 오후에 잔디밭에선 남편과 키스하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진짜 신민아라 참아주는 거다.
도저히 니글거려 못 보겠다, 난 정말 중년인겨, 하고 화면을 닫으려는 순간, 처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퇴사한 남편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른 하늘이) 진저리 나게 보고 싶었거든“ 했는데
나도 함께 위를 쳐다볼 뻔했다. 그러나 내 머리 위엔 집 천장 뿐.
푸른 하늘도 병가 달면 못 본다.
아름다운 퇴사엔 건강이 필수 조건!
내일은 검사하러 병원 가야 해서 하루 쉴게요.
오늘 하늘 예쁘니 꼭 한 번 고개 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