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부속된 사람들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

퇴사까지 버티는 힘, 새로운 인생의 모멘텀을 찾아서 3

by 미스트랄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참 안 변한다"고 어제 말했는데, 이 명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여러 갈래였다.


일단 원래 만나던 사람들을 휴복직 이후에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안 변했다.

변한 것이라면 그저 주름과 흰머리가 늘었다는 걸까.


젊었을 때 한국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해서 교수가 되었던 한 선배는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국제협력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 들렀는데, 20년 전 함께 일하던 노선배를 만나, 하나도 안 바뀌셨고 그저 누군가가 브러쉬로 주름살만 좀 그려놓은 것 같다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노선배가 어떤 꼰대화 과정을 거쳤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는 꼰대로 석화되면서 그 과정에 금이 갔는데, 그게 주름살처럼 보이는 것 뿐이었다.


몇몇은 승진을 하거나 보직을 받아서 조직에서 좀 높아졌다.

그들의 임무가 바뀌었고 더 촘촘해졌는데, 그 과정에서 유연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신기한 사람들은 원래에 저 사람이 저런 리더십을 감당할만 했던가 싶었는데, 리더의 자리에 앉아서 제법 잘해내는 사람들이다. 자리에 안 앉았으면 아까울 뻔한 사람들이 간혹 가뭄에 콩 나듯 있긴 하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믿을 만한 속설이 회자되는데, 바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이다.


우산이 영화를 만들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남겼고,

관료제가 조직을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을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긍정적인 경우보다는 부정적인 승진이 훨씬 더 많다.

안 그러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서 직장의 부조리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겠는가.


제일 사람들을 괴롭히는 리더는 본인 능력이 부족한데 올라가고 싶은 명예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올라가는 방법을 기가 차게 찾아내는데,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생하거나 혹은 위력으로 능력자들을 쥐어짠다.

사실 자본주의 안에서 파생된 관료제의 구조란 거대 피라미드 방식으로서, 어차피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리더가 뭔가를 다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밑의 사람들이 커다란 조직의 구성요소로서 잘 굴러가고 그것을 잘 감독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리더가 하위 업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평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일이 잘 굴러가고 있는가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그들이 반드시 조직 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평가가 가능한 이 사람들에게서 자문을 잘 받아서 조직을 굴리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할만 하다.


여기서 리더의 자질이나 능력이 갈리는데, 누가 잘 평가할 수 있는가를 발굴하는 것, 그리고 평가 결과가 나왔을 때 누가 교정된 과정을 잘 이행할 수 있을까를 알아내서 맡기는 것, 그래서 조직을 재구성하여 더 낫게 만드는 것을 해내는 것이 리더의 임무가 되고,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게 쉬운 일이었다면 리더란 자리는 뽑히기만 하면 날로 먹는 아주 쉬운 명예직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이 살아내야 하는 환경은 정글이다.


평가할 수 있는 사람과 새로운 조직을 굴릴 자는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제 3자 평가를 선택하는 경우엔, 평가 전문가가 선임된다.

내부 평가를 진행했을 경우엔 전문가 1인이나 그룹이 자체 평가를 진행한 후 스스로를 혁신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직은 스스로 조직개편이란 것을 시도해서 더 나은 구조를 짜보려고 노력한다.

조직이란 유기체를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현재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서 우리가 생활습관을 바꾸고 일상 루틴을 재설계하고 운동을 가고 식단을 변경해 보는, 뭐 그런 시도들을 해보는 것에 비할 법하다.


처음 조직개편을 겪었을 때엔 긍정적 결과가 따라올 것인가 하고 기대감이 꽤 있었는데,

몇 번 겪어보고나선 조직을 채우고 있는 구성요소 - 사람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기대감을 접었다.

새로운 사람으로 수혈을 하면 조직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새로운 사람들은 조직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으로 들어와서 주춧돌로 깔리기로 되어 있으므로 당장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러면 그 새로운 사람들이 리더로 성장한 후를 도모하면 되지 않느냐 가정도 할 수 있는데, 조직의 오래된 피를 나눠받아 살아가다보면 어느덧 새로운 사람들도 오래된 사람들이 되고 석회화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만들어진 말로 '젊은 꼰대'란 말이 생긴 거 아니겠나.


사실 조직은 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면서 생명체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싱싱하지 않다고 해서 생명체가 아닌 건 아니니까.

오히려 좀 굳어있어야 험한 세월 오래 갈 수 있는 게 우리 사회의 구조이고, 그래서 조직은 굳어 있는 쪽을 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함부로 바뀌면 조직 스스로 퇴화되고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고 판단해서, 똑같은 모습으로 (꼴 보기 싫게) 괴석처럼 서 있는 쪽을 택했을 수도 있겠다.

조직은 자체 생존을 위해 부속된 사람들이 변하지 않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몇십 년 동안 자신이 지속해 온 생활습관을 고치고 싶어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살길 바라듯 말이다.


어쩜 조직은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노인이 고혈압과 고지혈을 달고도 콜라를 마시며 잘 살아가는 그런 부조리한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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