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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3. 2019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너는 내 아픔을 모른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는 구약성경 외전인 유딧서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유대인 도시 베툴리아를 함락하기 직전, 항복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 이때 신앙심 깊고 부유한 과부 유디트가 도시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유디트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거짓 투항하여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환심을 산 뒤 만취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돌아온다는 대범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유디트는 하녀 아브라와 함께 이 계획을 실현하여 성공시켰다.     


이 내용은 서양의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렸는데 이 중에서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와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의 작품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598-1599년경, 

캔버스에 유채, 145 cm × 195 cm, 국립고전회화관(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at Palazzo Barberini), 로마(Rome)




좌측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611년, 

캔버스에 유채, 158.8 cm ×125.5 cm,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Museo Nazionale di Capodimonte), 나폴리(Naples)

우측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614-20년, 

캔버스에 유채, 199 cm × 162 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Florence)



이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가 경험한 한 사건에서 기인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탈리아의 초기 바로크 시기의 여성 화가로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의 강렬한 명암법에 영향을 받은 화가 중 하나이다. 그녀는 23살 때 최초로 피렌체 디세뇨 아카데미아의 회원이 되었다. 그녀는 또한 여성 화가로서 처음으로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을 그렸다.


그런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게는 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아버지의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타시(Tassi)에게 상습적으로 강간을 당했다. 그녀가 17살 되던 해에 그녀의 아버지는 타시를 강간상습범으로 고발했다. 재판의 진행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피해자였으나 부도덕한 여자로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고통이 반영된 대표작이 바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이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는 그림에서 생생하게 표현된 잔인성이 주는 인상은 아르테미시아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정신적 복수심을 나타낸다고 해석되었다.   



좌측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우측이 카라바조의 작품


카라바조가 그린 작품을 다시 보면 강렬한 명암의 대조 속에서 홀로페르네스의 고통이 더 강조되어 있다. 오히려 유디트의 자세는 다소 모호해보이며 주춤하는 듯 하다. 이 작품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강렬한 명암대조와 홀로페르네스의 얼굴 표정이다. 대조적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에서는 유디트의 강렬한 표정과 힘껏 누르는 듯한 그녀의 동작이 돋보인다. 유디트는 그림을 그린 화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고통을 경험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차이로 생각된다. 카라바조는 뛰어난 화가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 각각이 타인의 고통을 다 헤아릴 수 없음을 말한다. 결국 내가 아닌 네가, 내 아픔을 알 수는 없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611년, 

캔버스에 유채, 158.8 cm ×125.5 cm,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Museo Nazionale di Capodimonte), 나폴리(Naples)

http://www.museocapodimonte.beniculturali.it/rientri-capodimonte-artemisia-gentileschi/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1653),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614-20년, 

캔버스에 유채, 199 cm × 162 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Florence)

https://www.uffizi.it/en/artworks/judith-beheading-holofernes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Judith Beheading Holofernes)>, 1598-1599년경, 

캔버스에 유채, 145 cm × 195 cm, 국립고전회화관(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at Palazzo Barberini), 로마(Rome)

https://en.wikipedia.org/wiki/Judith_Beheading_Holofernes_(Caravag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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