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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3. 2019

오거스터스 에그의 <과거와 현재>

우리의 서로의 아픔을 모른다


대개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 있다. 바로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의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이다. 이 그림은 당시에 행복의 절대 기준이자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던 행복한 가정이 깨뜨려질까봐 우려하는 상황에서 그려졌다.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는 세 폭짜리 제단화(triptych)의 형식으로 그려졌다. 세 점의 그림에는 각각 불운/불행(Misfortune), 불운/불행(Misfortune), 절망(Despair)이라는 부제가 있다. 세 점의 그림들은 빅토리아시대 중산층 가정에서 부인의 간통이 발견되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과정들이 다루어져 있다.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1, 불운/불행(Misfortune)

1858년,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


중간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2, 기도(Prayer)

1858년,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우측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3, 절망(Despair)

1858년,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1858년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에서 이 그림들이 처음으로 전시되었을 때, 제목이 없었다. 그림의 제목이 언제 <과거와 현재>로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죽음 이후에 간행된 에그 작품들의 카탈로그에서 처음으로 발견된다.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의 『아카데미 노트(Academy Notes)』에 있는 작품평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논의된다. 존 러스킨은 첫 전시 때 작품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운데 작품(1, 불행/불운)에서 남편은 아내의 부정을 발견 한다. 그는 결국 5년 뒤에 죽는다. 다른 두 점의 그림들은 그의 죽음 이후를 다루고 있다. 두 점 모두 작은 구름 달 아래에 있다. 두 어린아이는 그들의 잃어버린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며 창밖의 달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강가 다리 아래 배 옆에서 달을 보고 있다.”     


이 그림이 제작된 배경은 1857년 영국의 혼인사건법(Matrimonial Causes Act 1857) 제정으로 이혼이 인정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 법으로 이혼은 교회법원/재판소(ecclesiastical courts)에서 민사법원(civil court) 소관이 되었다. 이로 인해 중산층에게 이혼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법에서도 여전히 여자의 이혼보다 남자의 이혼은 쉬웠다. 남편은 부인이 간통을 저지른 사실만을 근거로 이혼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내는 근친상간, 잔혹한 태도, 중혼과 같은 다른 범죄와 함께만 간통을 근거로 한 이혼을 희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합리한 조항이었음에도 이 법으로 공공도덕과 중산층 가정의 삶이 위협받는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첫 번째 그림은 응접실(drawing-room)을 배경으로 한 빅토리아시대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이다. 금테를 두른 거울이 벽난로 위에 있으며 둥근 테이블이 있다. 이 그림에서는 이 가정의 부서졌음을 말하는데 이를 암시하는 요소들이 있다.

여인은 남편 앞에 있는 녹색 테이블에 쓰려진 듯 있으며 수갑을 연상하게 하는 금빛 팔찌를 하고 있다. 남편은 충격을 받은 듯 한 모습으로 그녀의 간통을 폭로하는 편지를 쓰고 있다. 그의 왼쪽 발은 부인의 불륜 상대의 초상화를 밟고 있는 듯하다. 사과는 두 쪽이 난 채로 한 쪽은 테이블 위에 있는 남편의 모자 뒤에 있다. 다른 반쪽은 부인 옆의 바닥에 떨어져 있다. 가족의 두 딸은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데 그들의 카드케이스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거실의 벽은 붉은 벽지로 장식되어있다. 벽난로 위 거울의 양편에 각각 초상화와 그림이 있다. 아내 초상화의 위에는 에덴 정원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나는 모습이 있다. 남편 초상화 위에는 윌리엄 클락슨 스탠필드(Clarkson Stanfield, 1828-1878)가 그린 난파 장면이 있다. 거울에는 열린 문이 비추어져 있는데 부인이 곧 떠날 것을 말한다. 문 근처의 가방과 우산을 통해 그녀가 곧 떠날 것임을 알 수 잇다.      


두 번째는 밤의 장면으로 몇 년후이다. 어두운 침실은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있다. 아이들은 첫 번째 그림보다는 나이가 들었다. 더 어린 아이가 무릎을 꿇은 채 그녀 언니의 무릎을 감싸고 있다. 그들은 창문 너머로 구름 낀 달을 보고 있다. 방에는 여전히 어머니와 아버지의 초상화가 있다.     




좌측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3, 절망(Despair)


우측

조지 프레드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 1817-1904), <익사한 채 발견(Found Drowned)>, 1849-50, 캔버스에 유채, 119.4 x W 213.4 cm, 와츠 메모리얼 컬렉션(Watts Memorial Collection) 


세 번째 장면도 밤의 장면이다. 두 번째날과 같은 밤이라는 것을 구름 낀 달을 통해 알 수 있다. 타락한 부인은 템즈 강가의 다리 아래에 있다. 그녀에게 덮인 옷 사이로 아이의 다리가 보인다. 아마도 죽었거나 잠을 자고있는 중일 것이다. 벽에 붙여진 공연 포스터들이 있는데 불행한 가정을 상징한다. 그녀 역시 멀리 있는 달을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한 그림들은 당시에 많이 그려졌는데 조지 프레드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 1817-1904)의 <익사한 채 발견(Found Drowned)>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그림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빅토리아시대에 절대적인 가치 중의 하나는 평안하고 화목한 가정의 행복과 그것의 지속이었다. 그림에서 다루는 "간통"이라는 소재는 가족 구성원의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 행복한 가정이 가능할 수 있을지를 묻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집 안에 있는 정숙한 여인인 아내이자 어머니가 있었다. 여인들에게 집 밖은 위험하고 불결한 공간이었다. 동시에 거리의 여인들은 정숙하지 못한 타락한 여인들로 여겨졌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어 이혼이 이전보다 쉬워진 상황이 되자 여인들이 집 밖으로 나가게 되고 가정이 파괴될까봐 우려하였고 이러한 그림까지 그려진 것이다. 이는 그만큼 당시의 여성들이 받았던 억압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가정의 행복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며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결혼의 지속만이 행복한 가정의 최종 목적지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안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덕이 전제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반드시 부모와 아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행복한 가정은 부모, 아내, 남편, 아이,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서로의 배려가 없다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어떤 것이 행복한 가정인지, 가정의 행복인지를 규정지을 수도 규정할 수도 없다. 시대별로 지역별로 그리고 무엇보다 각 가정별로 그 이상이나 지향점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가정과 그 가정에 담긴 아픔을 알지 못하면서 너무 쉽게 다른 이의 가정을 이상화하거나 비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1, 불운/불행(Misfortune)

1858,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

https://www.tate.org.uk/art/artworks/egg-past-and-present-no-1-n03278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2, 기도(Prayer)

1858,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https://www.tate.org.uk/art/artworks/egg-past-and-present-no-2-n03279     


오거스터스 레오폴드 에그(Augustus Leopold Egg, 1816-1863)

<과거와 현재(Past and Present)> 3, 절망(Despair)

1858,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mm,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https://www.tate.org.uk/art/artworks/egg-past-and-present-no-3-n03280


조지 프레드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 1817-1904), <익사한 채 발견(Found Drowned), 1849-50, 캔버스에 유채, 119.4 x W 213.4 cm, 와츠 메모리얼 컬렉션(Watts Memorial Collection) 

https://artuk.org/discover/artworks/found-drowned-12744     



내용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Past_and_Present_(paintings)



https://www.tate.org.uk/research/publications/tate-papers/07/a-dramatic-reading-of-augustus-leopold-egg-untitled-tript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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