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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3. 2019

니콜라 푸생의 <헤라클레스의 선택>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모른다


삶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선택으로 인해 얻게될 것, 잃게될 것을 두고 고민을 하게된다. 선택 이후 우리가 지나가야할 시간들과 그 결과도 두렵게까지 느껴진다. 선택 그 자체로 인한 수많은 비난과 찬사도 선택을 하는 데에 있어 고려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잘 보여주는 신화가 있다. 바로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으로 그림으로도 자주 그려진 이야기이다.


헤라클레스(Hercul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알크메네(Alcmene)와 제우스(Zeus)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라클레스는 살아 있을 때는 인간이었지만 죽어서는 신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의 삶은 그 어떤 영웅보다도 수많은 과업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이러한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것은 그의 선택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크세노폰(Xenophon)의 『회고록 (Memorabilia)』에서 유래했다. 헤라클레스는 18세가 되던 해에 쾌락(pleasure)과 미덕(virtue)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에 처한다. (쾌락과 미덕은 각각 악덕과 미덕으로도 불리는데 Vice/Kakia, Virtue/Aretê들도 사용된다.) 쾌락과 미덕은 각각 두 명의 여인으로 대표된다. 이들은 각각의 근거들을 제시하며 본인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쾌락은 본인을 선택하면 헤라클레스가 최고로 즐겁고 안락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덕은 본인과 함께한다면 헤라클레스가 불멸의 삶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불멸로 향하는 길은 고난과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망설인다. 그는 미덕을 선택하면 비록 힘들지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닫도록 미덕을 선택한다.  



좌측

파올로 디 마테이스(Paolo de' Matteis, 1662–1728),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1712년, 캔버스에 유채, 198.2 x 256.5 cm, 애시몰린 박물관 (The Ashmolean Museum of Art and Archaeology), 옥스포드

우측

벤자민 웨스트(Benjamin West, 1738-1820), <미덕과 쾌락 사이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between Virtue and Pleasure)>,

1764년, 캔버스에 유채, 1764년, 101.6 x 121.92 cm, 빅토리아앤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런던



일반적인 서양 회화에서 위의 그림들처럼 헤라클레스는 주로 쾌락과 미덕과 함께 등장한다. 그런데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에서는 큐피드까지 등장한다.


좌측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1636-1637년, 캔버스에 유채, 88.3 x 71.8 cm, 스타우어헤드(Stourhead), 윌트셔(Wiltshire) (Accredited Museum)

우측

1759년에 만들어진 에칭(판화), 종이, 46.40 x 36.40 cm (판화여서 좌우가 바뀌었다)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17세기 프랑스의 화가로 신화·고대사·성서 등 주제들을 많이 그렸다. 이러한 푸생이 그린 헤라클레스의 선택에 대한 그림은 이 주제를 더 명료하게 드러내었다.

쾌락(Vice)은 주황색 옷을 입고 헤라클레스에게 꽃을 건네려고 하는 큐피드(Cupido)와 함께 있다. 그녀의 손은 아래의 편안한 길을 향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덕(Virtue)은 하얀색 옷을 입고 손은 그림 뒤편의 거칠고 높은 산을 향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몸과 시선을 미덕을 향하고 있어 그가 미덕을 선택할 것을 암시한다. 



헤라클래스가 미덕을 선택하는 행위는 마치 하나의 이상과 같이 여겨진다. 때때로는 인간이 가야할 방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헤라클레스는 인간이었으나 신이 될 예정이었으며 신의 아들이었다.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미덕을 선택한 일화는 그의 영웅다움이 더해지는 요소이다. 이는 그만큼 영웅이 아닌 일반인들이 미덕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말한다. 영웅인 헤라클레스에게 조차 힘들었던 그 인고의 시간을 인간인 우리가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서 헤라클레스만큼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늘 망설이고 고민한다. 때로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후회가 남게 되는 선택도 있다.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이 보낸 고통스럽고 아픈 시간을 타인이 알 수는 없다. 그 선택 이후에 겪게 될 각자의 힘겨움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닌 남에게 내 선택들은 너무나 쉬운 것으로 폄하되어 버리고는 한다. 나 역시 남의 선택을 너무나 쉬운 일로 치부해버린다. 우리는 늘 서로를,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지 및 내용참고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1636-1637년, 캔버스에 유채, 88.3 x 71.8 cm, 스타우어헤드(Stourhead), 윌트셔(Wiltshire) (Accredited Museum)

http://www.nationaltrustcollections.org.uk/object/732103

에칭

https://www.nationalgalleries.org/art-and-artists/152409/choice-hercules




파올로 디 마테이스(Paolo de' Matteis, 1662–1728),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1712년, 캔버스에 유채, 198.2 x 256.5 cm, 애시몰린 박물관 (The Ashmolean Museum of Art and Archaeology), 옥스포드

https://artuk.org/discover/artworks/the-choice-of-hercules-142356       


벤자민 웨스트(Benjamin West, 1738-1820), <미덕과 쾌락 사이 헤라클레스의 선택(The Choice of Hercules between Virtue and Pleasure)>,

1764년, 캔버스에 유채, 1764년, 101.6 x 121.92 cm, 빅토리아앤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런던

http://collections.vam.ac.uk/item/O132833/the-choice-of-hercules-between-oil-painting-west-ben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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