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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04. 2019

#1 내 삶의 모든 길은 당신에게로 향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도록 이어진 당신과 나의 이야기



5월 어느날 서울로 가던 역에서


10여 년도 더 전의 어느 날, 운명인 듯 우연인 듯, 나는 그렇게 당신을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그때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다. 나는 생각했다. ‘내 삶의 모든 길은 당신에게로 향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고.     



당신을 만난 지 10년도 더 지났다.

내가 당신을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15년 정도겠다.

이제는 지긋지긋해질 대로 지쳐버린 당신과 나의 관계.


나는 당신과 내가 그 긴 시간 동안 나란히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랬다. 그리고 나는 늘 간절하게 바랬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하나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 하고.

우리의 길이 처음부터 하나였을지 아니면 이제부터 우리가 하나의 길을 가게 될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는 지금까지처럼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 나는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최근의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당신이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흔들림 없이 잡아주었다는 것을. 아니다. 당신은 내가 떠날 때 늘 말 없이 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가 돌아왔을 때도 말 없이 나를 받아주었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나를 잡지도 않았으며 피하지도 않았다. 이제 알 것 같다. 그것이 당신이 나를 사랑한 방식이며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어쩌면 이상적인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늘 당신에게 불만이 많았다. 지금도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당신은 늘 말이 없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애정 어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내가 당신을 떠나지 못했던 것은, 당신은 늘 그 자리에 그렇게 묵묵히 서서 나의 모든 투정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그렇다고 당신과 함께여서 내가 늘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겪었다.




그래서 종종 나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떠났고 또 아무 말 없이 당신에게 돌아오고는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치 앞으로도 영원할 것처럼 내 옆에 당신이 있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차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어떤 불평과 불만에도 늘 지켜주던 당신을 위해, 당신과 나의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그 차례. 그게 바로 지금 내 몫인 것 같다.     


나는 아직은 어떤 결정을 하지는 못했다. 당신을 보내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내가 당신을 떠나는 것이 맞는지.

누군가는 헤어짐의 이유를 두고 마음이 그만큼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게 헤어짐의 이유는 마음이 그만큼이어서가 아니다.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신을 잡고 있는 것은 내 이기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당신을 떠난다고 해서 당신은 불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한동안 매우 아플 것만 같다. 그래서 헤어짐의 이유가 마음이 다해서는 아니다.


나는 그동안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 아껴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한다. 내가 당신 곁에 없어서 당신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을 떠나줄 수 있다. 이렇게 쓰고 한동안 후회할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한다.          


당신과 나의 기나긴 시간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지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나를 아껴준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아마 이 글의 마지막 이야기가 되었을 때, 당신과 내가 함께할지 아닐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 글의 끝에서 당신과 나의 긴 시간은 어떤 결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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