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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05. 2019

#2 지금도 여전히 원한다,

당신과 내가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나는 태연하게 이 글의 마지막에서 당신과 내가 어떻게 될지를 물었다. 나는 그렇게 첫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가슴 속의 무언가가 복받쳐 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솔직하게 돌아보니 내 마음은 태연한 마무리와 달랐다.



나는 사실 이 글의 끝에서 당신과 내가 함께 걷기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의 마지막이 당신에게로 향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혹시 이 글의 마지막에서 당신과 내가 함께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때 이 글은 지워지게 될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다시 돌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내가 이 글을 썼던 시간과 이 시간의 나는 한동안 봉인될 것이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도대제 왜 이 시간을 들여서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담아두고 있는지를. 나는, 그저 한순간이라도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어서라는 모순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다.  


고백하자면 내가 당신을 만났던 그 시기 즈음까지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 비상한 기억력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 덕분에 나는 지우고 싶은 기억까지도 간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을 처음으로 만났던 시기 즈음부터, 아마도 2004년이나 2005년경부터, 나는 늘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간의 기억이란 좋은 것만 혹은 나쁜 것만 단편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모두 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늘 어차피 지난 일이니까 라고 자기 위안을 했다. 의식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나는 돌아서면 잊을 수 있게 되었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당신과 내가 함께한 그 긴 시간이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 아름답던 순간들이 흐릿해져간다. 당신과 처음으로 만났던 그 시점이 바로 내가 이런 노력을 시작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늘 마지막이 두려웠던 탓에 우리 사이에는 물건들이 별로 남아 있지를 않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몇 가지 순간들을 끄적여둔 기록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신과 내가 함께한 그 시간의 한순간만이라도 담아두고 싶은 욕심에, 지금 당신에게로 향하는 내 감정들이 혹시 변색될까 두려운 마음에.     


Woman Writing at a Table. Thomas Pollock Anshutz



나는 너무 늦게, 당신의 큰 사랑을 깨달았다.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미친 듯이 후회하고 있다. 나는 늘 말했다. 내가 더 당신을 사랑한다고. 가끔은 나만 혼자 미친 듯이 짝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화를 내고 울기도 했다. 그때마다 당신은 말없이 나를 다독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당신을 놓으려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아니었다. 당신은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나를 보듬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욕심을 내어본다. 당신과 내가 이 길의 끝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아니다. 나는 더 큰 욕심을 가져본다. 내가 당신의 손을 놓아버리더라도 당신이 내 손을 잡아 그 길 위에 세워, 당신과 내가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말이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당신에게로 향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걸어갔던 그 길이 당신에게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그래서 나는 당신을 놓기가 더 힘들어져 버렸다. 아니 나는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길의 끝에서 당신을 잃으면 나는 아마 제대로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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