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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2. 2019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당신은 내 아픔을 모른다, 내가 그러하듯이

삶에는 선택을 하거나 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어떤 순간에는 삶과 죽음조차 선택하기 난감할 때가 있다. 이 순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쉽게 설명할 수도 없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이 선택의 어려움을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Hamlet)>(1601년으로 추정)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은 바로 어려운 선택의 순간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택과 결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인물은 햄릿이기보다는 그의 연인이던 오필리아(Ophelia)였던 것 같다. 오필리아의 아버지는 연인이던 햄릿에게 살해되었다. 오필리아는 서서히 미쳐갔다. 그녀는 버드나무가 있는 개울가에서 나무 위를 오르다 떨어져서 죽고 말았다. 물에 빠져 죽어가면서도 오필리아는 노래를 불렀다. 본인이 얼마나 위급한 처지인지를 모르는 것처럼. 오필리아는 그렇게 익사하여 죽었다.


오필리아가 이렇게 죽게된 이유는 비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햄릿이 쓰여지던 16세기 후반 혹은 17세기 초반 영국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적으로 삶을 살기는 어려웠다. 여성의 삶은 그녀 자신보다 그녀의 신분, 가족, 연인 등에 종속되어 있었다. 따라서 오필리아가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은 그녀가 삶을 잃어버린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 그녀의 죽음이 사고사를 가장한 듯 그려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


출처: 테이트 브리튼 작품 소개 https://www.tate.org.uk/art/artworks/millais-ophelia-n01506


존 에버릿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76)의 <오필리아(Ophelia)>, 1851-52년, 캔버스에 유채, 762 x 1118 mm, 런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소장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의 오필리아(Ophelia), 좌측은 1894년작품, 우측은 1910년 작품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오필리아(Ophelia)>, 1894년 작품과 1910년 작품 모두 각각 개인 소장




이토록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햄릿(Hamlet)>의 여주인공인 오필리아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화가들, 특히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화가들에게 선호된 주제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TATE BRITAIN)에 소장되어 있는 <오필리아(Ophelia)>이다. 이 작품은 라파엘 전파 화가 중 한 명인 존 에버릿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76)가 그린 것이다. 그림 속 장면은 오필리아가 미쳐서 물에 빠진 뒤 드레스가 다 젖을 동안 노래를 부르다 죽게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시달(Elizabeth Siddal)로 라파엘 전파 화가들에게 인기있는 모델이었다. 엘리자베스 시달은 이후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대표라고 불리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와 결혼했다. 이 그림을 위해 엘리자베스 시달은 무려 4개월이나 물이 받아진 욕조에 누워 포즈를 취해야 했다고 알려진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수십 종의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각각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림 속 버드나무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강을 묘사한 부분에도 등장한다. 동시에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을 상징한다.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 색의 양귀비도 눈에 띄게 강조되어 있다. 또한 그림 오른편 나뭇가지는 해골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역시 죽음을 암시한다.


햄릿의 연인으로 그림의 주인공인 오필리아는 갈등과 번민 속에 있었다. 연인이던 햄릿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필리아가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수도 있다. 그림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처한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오필리아의 죽음은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던 비극적인 상황 앞에 놓인 한 개인의 모습을 대신하고 있다. 사고인지도 모를 그녀의 죽음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삶을 살면서 그녀와 같은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각각의 아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당신은 나의 아픔을 모른다. 내가 당신의 아픔을 모르는 것처럼.







이미지 출처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중심으로 한 오필리아 이야기The Story of Ophelia

 https://www.tate.org.uk/art/artworks/millais-ophelia-n01506/story-ophelia

워터하우스와 그의 작품 https://en.wikipedia.org/wiki/John_William_Water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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