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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2. 2019

『레미제라블』 표지 및 포스터

우리는 당신의 아픔을 모른다

비참함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 중의 하나가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이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비참한 사람들 혹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에서는 '장발장'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적도 있으나 최근에는 '레미제라블'로 더 소개되고 있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프랑스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1832년 있었던 프랑스 6월 봉기를 소재로 하였다. 그 양이 방대하여 결코 읽기에 쉽지 않은 소설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며 영화로 제작되며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번역된 책들의 표지 대부분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포스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포스터는 이제 레미제라블의 상징이 된 듯 하다.


좌측이 펭귄클래식 표지                   가운데가 민음사 표지                                   우측이 공연 포스터



포스터는 소설 Les Misérables (1862) 초판본에 실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하였다. 이 일러스트는 바로 주인공인 <코제트의 초상화(Portrait of "Cosette")>이다. 여기에는 테나르디에 여관 마당을 쓸고 있는 코제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은 프랑스의 일러스트 작가인 에밀 바야르(Émile-Antoine Bayard, 1837-1891)였다.  뮤지컬 포스터는 이 코제트의 모습과 프랑스 삼색기를 겹쳐 새롭게 만들어낸 것으로 이후 책의 표지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좌측이 1862년 초판본 삽화,  우측이 1868년 삽화


레미제라블 공연 포스터가 걸린 모습



그런데 펭귄 클래식에서 출판된 레미제라블은 여러 버전이 있는데 표지가 레미제라블의 포스터가 아니다. 이 표지들 중에는 19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그려진 그림이 사용되었다. 한편으로는 이 이미지들은 "비참함"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펭귄클래식에서는 이폴리트 르콩트(Hippolyte Lecomte, 1781-1857)의 그림인 <1830년 7월 28일, 생 드니 문 앞에서의 전투 French Revolution of 1830 - 28.07.1830 - Combat devant la Porte Saint-Denis>를 표지로 사용한 적이 있다.  다만 이 그림은 1830년 항쟁을 담고 있어서 1832년 6월 항쟁을 다룬 소설의 내용과 그리 맞지는 않다.

좌측이 펭귄클래식 표지, 우측이 이폴리트 르콩트의 작품인 <1830년 7월 28일, 생 드니 문 앞에서의 전투>



1997년에는 책의 표지로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Jean-Louis Ernest Meissonier, 1815-1891)가 1850년에 그린 <1848년 6월, 파리 모르텔리가의 바리케이드 La barricade de rue de la Mortellerie, juin 1848>가 사용되었다. 그림에는 1848년 2월 혁명이 담겨진 것이다. 그림은 1832년 이후의 시기에 그려졌기에 시기상이나 내용상 이 그림이 레미제라블의 내용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거나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보이는데 거의 시체와 같다.

좌측이 펭귄클래식 표지, 우측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의 <1848년 6월, 파리 모르텔리가의 바리케이드>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프랑스가 될 수 있었다. 책 표지로 사용된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겹게 얻은 것인지를 말해준다. 자유를 향한 뜨거운 항쟁과 그로 인해 피로 뒤덮인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레미제라블의 표지로 이 그림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머릿 속에 스치는 지나치는 말이 있었다. "아픔은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때 비로소 코제트의 초상을 그린 일러스트가 레미제라블 소설과 포스터의 표지가 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일러스트를 보면 코제트는 두려움에 가득찬 눈을 한 가녀린 소녀이다. 코제트의 머릿결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하며 옷은 마치 찢겨진 듯 흘러내린다.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코제트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물로 뒤덮인 바닥을 쓸고 있다. 코제트는 버려진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쓰여지던 시기 파리에서 낮은 계층의 어린 아이는 보호 받을 수 없었다. 보호라기보다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 코제트는 그 자체로 "레미제라블"의 상징이다. 누군가는 코제트가 소설 말미에 이르러 행복한 결말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제트가 행복을 찾았는지 확실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결말에 이르는 그녀의 삶은 비참함과 참담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코제트로 대표되는 19세기 중반 파리에 살던 사람들의 아픔과 힘겨움을 전부 알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과 당시 그들의 삶을 비교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다만 각 시대별로 지역별로 사람들 저마다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미지 출처



민음사 표지, 포스터

https://twitter.com/minumsa_books/status/270781936832770048


표지 https://www.amazon.com/Miserables-Penguin-Classics-Victor-Hugo/dp/0140444300

원작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C3%A9volution_de_1830_-_Combat_de_la_Porte_Saint-Denis_-_28.07.1830.jpg

원작  https://www.louvre.fr/oeuvre-notices/la-barricade-rue-de-la-mortellerie-juin-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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