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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an 12. 2019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당신은 내 아픔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그 상대가 가족이나 연인일지라도, 그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지금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그들은 모른다. 내 앞의 당신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갈기갈기 찢겨버린 내 아픔을 잘, 온전히,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다. 당신은 내가 아니며 내가 겪었던 그 상황과 그 아픔을 당신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알았다. "너는 내 아픔을 모른다. 그리고 나 역시 네 아픔을 모른다." 


"너는 내 아픔을 모른다'는 이 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은 무엇일까? 오랜 생각 끝에 내 머릿 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보았던 죽은 예수를 무릎에 받치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 바로 피에타(이탈리아어: Pietà)이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피에타 (이미지출처 http://stpetersbasilica.info/Altars/Pieta/Pieta.htm)



원래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 예술의 주제 중 하나이다. 그 내용은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떠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피에타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은 북방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4세기경 독일에서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그 특유의 비극적인 주제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주 다루어졌다. 


피에타 조각상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미술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이탈리아어: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의 <피에타>이다. 이 작품은 현재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Papal Basilica of St. Peter in the Vatican)에 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조각 예술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성 베드로 대성전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많은 피에타 상 중에서 최초의 것이다. 둘째, 이 조각상은 유일하게 미켈란젤로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이다.  셋째,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생전에 만든 거대한 조각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완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는 당시 로마에 체류 중이었던 프랑스 추기경 장 드 빌레르(Cardinal Jean de Bilhères, 1435?-1499)의 의뢰로 이 <피에타>를 만들었다. 커다란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이 조각상은 장 드 빌레르 추기경의 장례 미사 기념비로 제작되었다. 18세기에 들어 지금의 성 베드로 대성전 입구 오른쪽으로 위치가 옮겨졌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피에타 상의 모습과 조금더 가까이에서 촬영된 모습 ( http://stpetersbasilica.info/Altars/Pieta/Pieta.htm)


미켈란젤로가 이 피에타를 조각했을 당시 피에타는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주제가 아니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표현은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다. 마리아의 얼굴은 매우 어리게 표현되었다. 또한 예수의 몸에 비해 마리아의 신체 비율이 매우 거대하다. 그리고 사망한 후 사후 강직이 일어나 굳어있어야하는 예수의 몸은 부드럽게 늘어져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이전과 다르게 독창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과 자연주의의 균형을 이룬다는 평을 받으며 예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논의된다.



가까이에서 본 마리아의 표정 (http://stpetersbasilica.info/Altars/Pieta/Pieta.htm)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 이후에도 미켈란젤로는  피에타 상을 더 제작하였다. 이 피에타상에는 예수와 마리아 이외에 다른 인물도 그려졌다. 하나는  반디니 피에타(Bandini Pietà) 혹은  십자가에서 내려짐(The Deposition)으로 불리는데 1547년에서 1555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 in Florence)에 있다. 다른 하나는 팔레스트리나 피에타(Palestrina Pietà)로 1555년경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카데미아 미술관 (Galleria dell'Accademia)에 소장되어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 작품의 제작자를 미켈란젤로가 아닌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로 보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좌측이 반디니 피에타                                       우측이 팔레스트리나 피에타



아픔은 하나의 모습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각각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수많은 미술가들을 통해 작품으로 그려졌다. 다만 그중에서도 아픔이 공유되기 어려움, 즉 "너는 내 아픔을 모른다"라는 속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피에타>라고 생각된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마리아의 아픔을 이해하며 그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녀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마리아의 아픔을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독교 혹은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자식을  잃는 경험이 결코 일상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마리아의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은 우리가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음을 내포하기도 한다.


한 개인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 개인이 경험한 아픔을 누군가가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당신은 내 아픔을 모른다. 내 이런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당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당신도 내 아픔을 모를테니 그리 쉽게 말하지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아픔을 겪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아픔을 알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이 겪지 않은 내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 모른다. 그러나 내 아픔을  쉽게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반디니 피에타 https://en.wikipedia.org/wiki/The_Deposition_(Michelangelo)

팔레스트리나 피에타 https://en.wikipedia.org/wiki/Palestrina_Piet%C3%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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