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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ug 18. 2019

내 인생의 목표는 최소화일까, 최대화일까.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리뷰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결말을 안다.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도 안다. 살아보지 않고 다 알 수 있다. 당신은 그런 인생을 살겠는가? 살겠다면 당신이 아는 미래로 살겠는가, 아니면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다른 미래를 살겠는가.


<네 인생의 이야기> 주인공 루이스는 외계인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며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헵타포드를 만나는 순간부터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50여년의 시간을 본다. 그래서 헵타포드 프로젝트에 같이 참가한 게리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이혼을 하고, 딸이 사고로 죽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앞에 놓인 인생 전반을 알게 된다. 그냥 대충 아는 것이 아니다.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마치 인생에서 벌어질 모든 일을 돋보기를 가지고 책을 읽듯이 꼼꼼히 알 수 있다. 이런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자유의지로 행복한 일은 최대화 시키고 불행한 일은 최소화 해야 할까. 


보통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에서는 미래의 불행을 막기 위해 주어진 운명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미래를 바꾼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도 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딸을 사고로 잃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딸을 갖는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인생의 목적이 최대화인지 최소화일지 궁금해 하면서. 


루이스의 선택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선택과 다르다.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며 그들의 사고방식도 배웠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을 인과적으로 이해하는 인간과 달리 헵타포드는 목적적으로 이해한다. 인간은 현재의 사건은 과거 어떤 사건이 이유가 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며 이 결과물이 미래 어떤 결과물의 또 다른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헵타포드는 사건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여 목적론적으로 이해한다. 사건을 해석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이 필요하고 최소화 혹은 최대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시작과 결말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로 인해 인간은 자유의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자신의 현재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헵타포드에게 자유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정해진 미래대로 살아가면서 미래를 증명할 뿐이다.그 증명의 과정 속에서 인생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당신은 어느 사고에 더 끌리는가. 그래서 미래를 바꿀 것인가 정해진 대로 살 것인가. 그런데 어차피 인간은 미래를 모르니 어떤 것을 선택해도 똑같은 결말 아닐까. 테드창이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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