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저자의 자기소개 글을 읽고
자기소개를 글로 하고 싶다. 10줄 내로, 오버하지 않고, 있는 척 하지 않고,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쓰고 싶었다. 작정하고 여러번 써봤지만 매번 ‘다음에’를 외쳤다. 다르게 하려다 보니 후졌고 있어 보이려 하니 유치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글을 봤다. 어떤 이는 부러울 정도로 자기를 표현했고 어떤 이는 닭살이 돋도록 자기애를 드러냈다.
그러다 오늘 두 개의 글을 봤다. 책 저자 소개인데 하나는 저자가 직접 쓴 글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를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 출판사가 쓴 글 같다. 진짜로 누가 썼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소개글 때문에 저자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졌다.
왼쪽 글은 저자의 정체성을 ‘마케터, 작가, 이승희’, 세 키워드로 정리하고, 각 키워드에 해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승희’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그녀의 SNS가 궁금하다. 반면 오른쪽 글은 일 관련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책 저자 소개에 으레 넣기 마련인 학교 정보와 일 이외 개인 활동도 소개했지만 곁다리 느낌. 특히 “트레바리 독서 모임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문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덮고 싶다. 차라리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를 썼으면 작가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됐으리라.
두 저자 소개를 보고 출판사를 확인했다. 북스톤과 창비. '창비라 그런가, 창비에선 저자소개를 쓸 때 따라야 하는 형식이라도 있나, 왜 이렇게 뻔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두 저자의 나이때문인가(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꽤 먹은 나는 자주 굳어버린 내 머리를 붙잡고 운다).
저자 둘은 평생 책을 쓰고 싶다는 공통된 꿈을 가졌다. 하지만 그 꿈을 꾸는 자기를 나타내는 형식은 다르다. 정혜승 작가는 평생 책을 쓰고 싶다는데 그녀 소개글에서 그 소원을 느끼기 힘들다. 자기소개, 제대로 하기엔 제일 어려운 글쓰기 같다.
덧붙임) 정혜승씨에 대한 사적인 감정은 없으며, 아직 책을 읽지 않아 책에 대해 평가와는 무관하다. 그저 자기소개글을 보고 느낀 점을 말하고 싶었다. 책에 대한 내용도 아니고, 단지 자기소개 글일 뿐인데 이렇게 비판적인 글을 브런치에 올려도 될까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느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