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의 유니클로 ‘기 살리기’
유니클로 관련 상반된 기사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기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유니클로. 그런데 어떤 기사는 유니클로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고 어떤 기사는 늘었다고 한다. 왜 이런 상반된 기사가 나올까. 그리고 어떤 기사가 맞는걸까.
우선 아래 기사 두개를 보자.
유니클로 '반값 할인'에도 매출 '뚝'…불매운동 여전 (JTBC 10/31일자)
日상품 할인 공세에 '불매운동' 흔들리나...혼다·유니클로 10월 판매 늘어 (조선비즈 11/7일자)
상황이 일주일만에 급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JTBC는 불매운동이 여전하다고 하는데 조선비즈는 꺾이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헤드라인만 봐서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사 내용을 봤다. 9월까지 유니클로의 매출이 전년대비 60% 이상 하락했다는 내용은 JTBC나 조선비즈나 같다. 그리고 유니클로가 10/1-14일 반값할인 행사를 했다는 내용도 같다. 달라지는 건 그 다음이다. JTBC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도 대비 떨어졌다는 것이고 조선비즈는 9월말보다 매출이 뚜렷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비교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불매운동이라는 큰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추세를 봐야 한다. 단지 전달보다 올랐다고 해서, 그것도 ‘반값 할인’이라는 강력한 프로모션을 한 달 매출이 올랐다고 해서 불매운동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까지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러면 조선비즈 기자는 왜 이렇게 과한 단어를 헤드라인으로 정했을까? 기자가 잘 몰라서? 아니면 8월, 9월에도 실제 매출이 늘고 있어서? 그보다는 유니클로에 우호적인 기사가 나오도록 유니클로 홍보팀이 움직인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다.
의도적인 헤드라인과 기사 내용
유니클로 기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9월 어느 기사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회복세에 있다는 헤드라인이었는데 처음 든 생각이 ‘정말일까’였다. 회복세에 있다는 기사를 보면 그동안 유니클로를 사고 싶어도 분위기 때문에 사지 못했던 사람들이 유니클로 구매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덜 느끼지 않을까? 그러면 유니클로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결국은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은 끝나는 거 아닐까? 이런 흐름을 만들기 위해 ‘유니클로 홍보팀이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클로는 인지도가 높으면서 고객충성도 또한 높은 브랜드다. 대체브랜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지 않다. 인지도 높고 고객충성도가 확실한 만큼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고스란히 받았다. 언론도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부터 불매운동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때 항상 유니클로를 예로 든다. 유니클로는 좋든 싫든 일본제품 불매운동 성공 여부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야 할까.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언론사가 중요하다. SNS등 뉴미디어가 많이 발달해 여론을 형성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뉴스가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게다가 언론의 주요 역할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여론을 형성하는데 언론사의 역할은 매우 크다. 그러니 당연히 유니클로 홍보팀은 언론사를 대상으로 긍정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전략을 실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유니클로의 홍보활동에 어떤 반응을 취할까. 그래서 기사 몇 개를 찾아봤다.
‘불매 시들’ 유니클로, JW앤더슨 콜라보로 분위기 반전 쐐기
A경제 10/17일 기사다. 제목만 봐도 유니클로 홍보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언론이 기사화했음을 알 수 있다. 불매운동이라는 위기를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 제품으로 극복하겠다는 기업의 입장이 고스란히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기사 내용 어디에도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는 근거가 없다. 그저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는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기사다. 이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정말로 불매운동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말이다. 그래도 이정도 기사는 제목만 봐도 보도자료 기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직한 편이다.
다음 기사를 보자.
이슈+] 광고 홍역에도 유니클로 '건재'…2+1 히트텍 또 품절대란
B경제 10/29일 기사다. 이 기사는 기획기사 형식을 취했는데(일반적으로 기획기사는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심도 깊게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일반기사보다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나 정보를 전달한다) 유니클로의 플리스 광고 논란(80년도 더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CF모델의 말이 문제가 된 광고)에도 유니클로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이 기사도 유니클로의 홍보팀이 전달한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유니클로를 위해 작성한 기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사의 80%이상이 유니클로의 현재 품절된 상품이 어떤 것인지 칼라별, 사이즈별로 소개 뿐만 아니라 히트텍 스카프 증정 행사 및 ‘픽업서비스’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는 유니클로의 판매가 저조한지 아니면 회복되고 있는가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기자가 헤드라인처럼 유니클로의 매출이 순조롭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매출에 대한 언급만 해주면 된다. 굳이 왜 일일이 제품 및 행사 소개를 하는가.
10/15일자 ”온라인 구매 '샤이 재팬'님들 덕에… 유니클로 히트텍 등 품절” 이라는 C일보의 기사도 위의 기사와 같다. 헤드라인만 보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취재하고 쓴 기사인 것 같지만 기사 하단에 유니클로의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 매출이 오른다는 기사의 상당수는 유니클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유니클로의 홍보활동에 의한 기사라고 추정된다.
이런 기사들의 문제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형식을 취하면서 소비자들을 호도한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들은 기업의 여론 조성활동에 언론사가 동조, 의도적인 헤드라인과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불매운동이 끝나고 있다고 오해함으로써 불매운동으로 인해 자제했던 유니클로 구매를 기업의 의도대로 재개할 수 있다.
헤드라인에 속지 말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기자가 취재해서 쓰는 기사만 있지 않다. 오히려 보도자료에 의존한기사가 늘어나 취재보다는 보도자료 손질해서 쓰는 기사가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에 언론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받고 쓰는 기사도 늘어나고 있다.(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이와 관련한 기사도 있다. 참고 기사 광고가 줄어드니 기자질이 참 힘들다). 이런 기사의 문제점은 일부 사실 혹은 기자의 의견이 진실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기업 등 특정집단의 이익이 반영된다. 따라서 기사를 읽을 때는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의 단계가 필요하다. 아마추어 블로거도 협찬 받은 상품리뷰는 협찬을 꼭 표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사실과 진실을 전달한다는 기사에는 제재장치가 없다. (물론 애드버토리얼이라고 광고성 기사라는 표시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많지 않다.) 언론도 특정집단이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개인들은 타인이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으려면 몸을 쓸 수밖에 없다.
덧붙임.
유니클로의 매출 관련해서 정확한 내용은 카드매출이나 기업의 실적 발표를 유추해서 매출이 줄었다는 것을 보도한 아래같은 기사 내용이 정확할 것이다.
유니클로 매출급감…9월 판매량 67%↓ (10/31 일자 동아일보)
'여행·쇼핑 다 안했다' 日 불매운동' 3개월 숫자가 증명 (11/8 일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