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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Sep 23. 2019

'어중간한 인생 완벽한 하루'를 시작하며

나는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가

‘백세인생’(아 정말 오래 산다)을 기준으로 이제 인생의 반환점 앞에 섰다. 어릴 때는 시간이 그렇게도 안 가더니 언제 부턴가 가속도가 붙어 이제는 휙휙- 지나간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나이 먹은 것 이외 아무것도 없다. 그럴듯한 가정도, 직장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그런가, 삶이 어설프다. 별로 대단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건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현재 내 모습은 어렸을 적 그렸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난 ‘어중간’ 신드롬에 걸린 것 같다. 처지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어중간한 실력, 상태. 어릴 때부터 그랬다. 부자도 가난하지도 않은 소도시 공무원 집 딸로 자랐고 대학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학교를 졸업했다. 여자는 영문학과를 가야 취직에 유리하다는 당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공도 평범하게 영문학을 했다. 


어중간보다 조금 좋았던 적이 있긴 하다. 대학 졸업 후 공채로 대기업에 입사해 나름 능력을 인정받으며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지겨워 관두고 새로 시작한 삶은 내 선택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말하듯 하다. 삶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나이를 먹는 만큼 조금씩 내려가는 삶. 처음엔 미지근한 물에 빠진 개구리 마냥 그렇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곧 좋아지리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첫 직장 퇴사 후 15년 동안 조금 나아진 기간이 잠깐씩 있었지만 대부분 조금씩 계속 떨어졌고 그 결과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인생이 됐다. 아직은 무엇을 하면 될 거라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고 다짐해 보지만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기엔 나이가 많고 특별한 재능이 없다. 그렇다고 또 포기 하자니 아직은 젊고 나름 쓸만한 재주가 있다. 아, 진짜 이도 저도 아니어라.


이런 어중간함에 빠져 어떤 날은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으니 해보자, 밝은 마음에 내 자신이 나쁘지 않아 보이고 어떤 날은 ‘이생망’이라는 생각에 인생을 이렇게까지 망가트린 내가 원망스럽다.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인생은 살만 했다가도 멈추고 싶은, 버거운 숙제 같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살아내야지. 매일 들려오는 자살뉴스의 주인공이 되기엔 난 ‘어중간’하고 ‘어설프다.’ 그래서 하루에 한가지 즐거움을 찾아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 보려 한다. 일명 ‘어설픈 삶 완벽한 하루’ 프로젝트. 남들 보기에 무엇이 그리 완벽한가 싶겠지만 그래도 완벽한 하루에 대한 기준은 내가 정하니 해 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일부터 매일 그날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것을 찾아보려 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성공할까. ‘어중간’하게라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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