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 영화를 처음 봤다. 티비에서 보여주는 킬빌을 군데군데 보긴 했지만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영화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 보면서 든 첫 생각, 색채가 강렬하구나. 비디오 대여점 직원 출신으로 영화를 정식으로 배워 본적이 없다더니 저런 색감은 타고 나는 것일까. 60년대 미국의 여유와 번영이 그대로 느껴지는 분위기에 튀는 컬러들이 럭셔리 잡지의 레트로 화보를 보는 것 같다. 두번째로 든 생각, 유머코드 완전 내 스타일이다. 깔깔도 아니고 풋~도 아닌, 큭~하고 웃게 된다.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찌질하게 웃기는데 그 찌질함이 안타깝거나 꼴사납지 않고 그냥 웃긴다. 연기를 잘하면 찌질함도 개성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세번째는 잔인하다. 마지막 20여분 정도에 모든 폭력장면이 집중되는데 빠른 비트 음악과 폭력성이 대조되면서 잔인한 느낌이 배가 된다. 결국 폭력장면의 마지막 부분에선 눈을 감아 버렸다.
영화는 재미있다. 160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영화 속 영화, 과거 장면을 현재와 교차해가며 보여주는 편집이 별 것 없는 스토리를 풍요롭게 한다. 6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화려한 생활 – 고급 차, 집, 파티 – 을 보는 재미도 있고. 그러나 무엇보다 2시간이 넘는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던 힘은 배우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괜히 디카프리오가 아니다. 한물간 배우인 릭 달튼역을 맡은 그는 잘나가는 시기를 연기할 때는 그의 리즈 시절이 재현되는 듯 멋지고, 내리막길에 들어선 후에는 잭 블랙인가 싶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찌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명 영화 유투버가 디카프리오가 에너지가 넘치는 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면 피트는 받아주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하던데 그 말에 동의한다. 디카프리오 연기가 너무 생생해서 피트에게 눈이 잘 가지 않았지만 둘이 나오는 신에서 브래드 피트가 디카프리오 연기를 받쳐 주지 못한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등 (다코타 패닝도 나왔다는데 무슨 역인지 기억 안난다) 유명 배우들도 나오는데 까메오인가 싶을 정도로 분량은 짧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이 그 역을 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딱이다.
영화의 음악도 좋다. 영화 끝난 후 OST만 더 들어보고 싶을 정도. 이렇게 쓰고 보니 영화의 모든 것이 좋았네. 그런데 뭐가 어떻게 좋고 왜 타란티노가 대단한 감독인지 더 이상 설명 못하겠다. 그냥 160분이라는 긴 시간을 몰두해서 봤고, 즐거웠다. 일반 영화평이 그럼 뭐 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