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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Oct 04. 2019

‘파우스트 거래’도시괴담은 왜 현실 속 이야기가 되었나

소설 <봉제인형 살인사건> 리뷰

도시마다 괴담이 있다. 그것도 괴담을 말해주는 사람이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그 사람과 또 가까운 사람한테 들었다는, 실화임을 강조하는 그런 괴담. 소설 속 배경인 런던에도 괴담이 있다. 파우스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영혼을 팔았듯 복수를 대신해주고 영혼을 가져간다는 파우스트 거래 괴담. 


지난 주 후배가 소설을 읽었는데 중반까지는 미드처럼 너무 재밌는데 끝이 시시해서 실망스럽다고 했다. 어 그런 소설 나도 얼마 전에 읽었는데, 싶어 제목을 물어보니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라는 추리소설이란다. '다른 소설 같은 후기'의 책은 어떤 책인가 싶어 찾아보니 런던 도서전 최고 화제작이고 후기도 괜찮다. 휴일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아 손에 들었다. 


소설 시작은 충격적이다. 범인은 6명의 신체 부분을 절단해 하나의 신체로 만든 후 아파트 천장에 매달았다. 각 신체 부위는 꿰매서 이어 붙여 마치 봉제인형 같다. 여기까지도 큰 사건인데 추가로 6명의 희생자가 더 생길 것을 예고하는 편지가 배달된다, 이름과 살인 날짜까지 같이. 언론은 이 기괴한 살인사건을 흥미 위주로 소개하고 경찰은 희생자들을 보호하려 애쓰지만 살인을 막지 못한다. 결국 4명의 희생자가 생기고 5번째 살인 날짜가 다가온다.

 

기대를 별로 안해서인지 재밌다.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기발한 살인 방법으로 인해 쫄깃한 긴장을 더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가는 과정도 매끄럽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각 집단의 반응도 흥미롭다. 시청률 높이기 기준만 있는 언론, 사건 해결보다는 조직 보호가 우선인 경찰, 동일한 인물을 두고 시류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지는 여론 등 소설 속에서 연쇄살인을 방조하는 문제들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들로 인해 도시괴담이 생겨난다는 것도. 


우리는 오래된 괴담이 허구임을 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의 가까운 사람이 겪은 이야기라고 말해도. 그러나 괴담은 기본적으로 사회 문제점들을 소재로 하기에 100% 허구라 치부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파우스트 거래’를 괴담이라고 무시했으나 실제 사건이 되었듯 현실 속 우리의 괴담도 어떤 사건으로든 발화될 수 있다. 어차피 다 사람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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