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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Oct 15. 2019

인류의 앞날에 대한 지식인들의 대담

<사피엔스의 미래> 리뷰

영화 <월드워Z>에 열번째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9명이 찬성하거나 맞다해도 열번째 사람은 무조건 반대 하는 것. 나머지 사람들은 열번째 사람의 반대에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예상할 수 없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인가에 대해 당대 최고의 지식인 4명이 토론을 벌였다. 찬성 편에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가, 반대편에는 알랭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이. 책은 네명의 토론 전 인터뷰, 토론, 전문가 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토론 전 인터뷰가 좋았다. 특히 사회를 본 러디어드 그리피스가 인터뷰 하면서 중간 중간 인터뷰이의 대답을 정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의 대답을 글자 그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철학적 맥락에서 인터뷰이의 의견이 갖는 의미까지 정리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터뷰이의 생각을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한다.


토론은 찬성편과 반대편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한 후 네 명이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낙관적 미래를 그리는 찬성편은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로 빈곤, 의료, 평화, 지식 등에서 발전을 이루어왔기에 앞으로도 문제를 해결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편은 인류가 경제, 과학,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삶의 질을 높여왔지만 그것이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하며 기술과 경제의 발전의 반대급부로 인류는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찬성편이 데이타와 사실을 근거로 주장을 펼친다면 반대편은 철학적, 인문학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특히 알랭 드 보통의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와 말콤 글래드웰의 위험의 재구성 주장은 어떤 수치나 팩트가 없어도 논리적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2015년 11월에 진행된 캐나다의 멍크디베이츠의 '진보(Progress), 인류에게 최고의 날들이 펼쳐질 것인가' 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을 텍스트로 옮긴 것이다. 멍크디베이츠는 1년에 2번 개최되는데 국제 난민, 부자 증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국제적으로 저명한 사람들을 초대, 찬성과 반대편으로 나누어 토론하게 하는 유명한 행사다. 흥미롭게도 안건에 대한 찬성, 반대 비율을 토론 전, 후 비교하여 어느 편이 이겼는지 승패를 결정하는데 이 토론에서는 찬성편이 작은 차이로 승리했다. 


토론을 보면 수치와 팩트를 가지고 주장을 펼친 찬성편이 좀 더 설득력있게 보인다. 수치와 팩트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효과적 도구이며, 사람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니 찬성편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겸손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편 주장에 공감한다. 또한, 보통이 말한 "인간이라는 종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미래의 인간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거"라는 주장은 2016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공지능과 로봇을 연상시키며 결국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류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호모사피엔스의 종말로 이어진다. 정말 미래에 죽지않는 인류가 나타날 것인가? 정말 인류는 신이 되고 싶은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토론은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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