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국의 친정아버지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튀르키예 시각으론 낮인데 손자가 집에 또 있으니 친정아버지는 또 묻습니다.
"또 방학이가?"
"네"
"우리 손자는 공부는 언제 하노?"
"그러게요. 제가 백수라서 다행이에요."
제가 백수라서 다행인 오늘, 사실 아들은 알레르기 증상으로 다시 아파서 집에서 약을 먹으며 있고, 국제학교의 방학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올해는 대학을 가려고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졸업은 어렵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아들이 방학이 너무 많아서라는 이유가 너무 웃기지만, 공부는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참으로 맞는 말인 듯합니다. 분명 직업명으론 주부, 근로소득 기준에선 백수인데, 참으로 바쁩니다. 실상, 저는 백수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백수'를 사전에서 찾으면, 다양한 뜻이 나옵니다.
1. '백수건달'의 줄임말, 무직자
2. 나이 99세를 일컫는 말
3. 벼 이삭이 하얀 쭉정이가 되는 현상
저는 종종 이렇게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사전을 찾는데요. 아들과 라디오(mb# FM, eb#)를 듣다가 들리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아들에게 자주 읽어줍니다. 아들은 저에게 물어보고선 듣는 둥 마는 둥,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는 것을 제외하곤 저와 아들은 그래도 잘 있습니다. 이런 이스탄불의 삶에 적응한 덕분입니다.
여하튼 저는 아들이 또! 방학인 덕분에, 1번의 소득이 없는 '백수건달'이건만 삼시세끼를 차리느라 바쁘고, 가끔 아들과 격한 놀이를 하느라 2번의 99세의 어르신처럼 육체의 고통을 느끼고, 결국 밤이 되면 3번의 의미처럼 벼의 이삭이 하얀 쭉정이가 되는 것처럼 지쳐서 잠에 듭니다. 어제도 오늘도 하얀 쭉정이가 되어 아들과 잠에 듭니다. 아하하하.
오늘도 백수가 되느라 고생하신 세상의 엄마, 아빠 모두 행복한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백수 엄마는 다시 육아의 세계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