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백수'라는 매거진을 시작할 때, 밝고 신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는 것인지 쓰면 쓸수록 우울해집니다. 요즘 이스탄불의 날씨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저는 한동안 여행기인 다른 글로 현실 도피를 하려고 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글을 썼더니 브런치스토리팀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었다는 메일이었습니다. 이스탄불의 생활은 더 나빠졌고 마음은 혼란스러운데, 솔직히 메일을 받고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생은 정말 가끔 너무 이상합니다. 무언가가 너무 나빠졌다고 생각하면 또 정신 차리라고 뺨을 때리고, 너무 좋다고 헤벌쭉하고 있으면 방심하지 말라고 또 혼을 냅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래도 제가 좋다고 하던 때가 지난 여름 한국으로 떠나기 전, 체코에서 오스트리아, 독일로 여행을 떠났던 지난 초여름 같습니다.
정말 정신없는 것이, 열심히 살고는 있나 봅니다.
이른 아침에 아랫집 할머니가 아들의 스웨터와 스크래치북을 들고 오셨습니다. 지난 바이람 때 초콜릿 상자 하나 드린 것이 전부이건만, 아들이 인사를 잘한다고 늘 반가워하시던 어르신인데 불현듯 건네시는 선물에 감사와 미안함이 듭니다. 제가 해드린 게 없는데 받은 게 더 큰 거 같은 마음 때문입니다.
어르신은 튀르키예어로 제게 여기서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지라는 말 한마디를 하셨을 뿐인데, 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지 저는 오줄 없습니다. 당황하시진 않으셨는지. 알아듣고 울고 있는 제가 용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젯밤 억세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의 이스탄불은 여전히 흐리지만 요즘 이만하면 좋은 날입니다.
별로라고 투덜거리던 마음을 내려놓고, 그래도 좋다고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비가 억세게 내리니 이스탄불엔 지렁이가 많습니다. 지렁이, 달팽이 보러 나가는 날입니다. 날이 춥건 흐리건 당신의 마음이 단단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