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네 Dec 26. 2023

크리스마스에도,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안녕하세요?

 이미 한국은 지났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은 잡답입니다.

 모두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선물 받으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부터 남편과 아들과 함께 내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 있습니다.

 이스탄불에 사니 그리스를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처럼 저렴한 비행기표로 새벽같이 출발해서 도착했는데, 아들은 아테네에 오자마자 열이 나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테네 3박 동안, 이제껏 아들과의 모든 여행에서 함께한 작은 분홍 밥솥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여행 중, 가 한 밥이 아닌 밥을 먹기 위해 한식당에 가는 게 늘 필수코스인데 당연히 가지 못했고, 3박 동안 제가 집 밖을 나간 시간은 세 시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병간호로 이틀간 잠을 설치고 오늘은 3일째, 드디어 4일인 내일은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갑니다. 3박 4일 동안 에어#앤비 집의 모든 조리기구를 다 써보게 될지 몰랐는데, 다 쓰고 가네요. 아하하


 늘 준비해 가는 상비약 가방을 열고 고비를 넘기고, 남편은 컴퓨터 앞, 회사일로 그 자리에 붙박이장처럼 앉아 또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곤 여행의 마지막 밤입니다.



 

 대중교통 이용 없이 아테네 시내를 볼 수 있다고, 예쁘다고 유명한 아테네 플라카 지구에 에어#앤비를 구했지만 제가 3박 동안 집 밖을 나간 시간은 3시간 남짓입니다. 

 제가 이렇게라도 나갈 수 있었던 건 본인은 잠도 못 자고 일하고선, 급한 회사 일에 한숨 돌린 남편이 너라도 구경하고 오라고 배려해 주는 덕분에  시간 남짓 아크로폴리스 구경도 하고 인증사진도 찍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남편은 이번에도 꼼꼼한 여행 계획표를 세웠건만, 회사 일로 에어#앤비 집의 작은 방에서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컴퓨터 앞에서 3일을 보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들과 남편의 병시중과 밥수발을 하느라 3박 4일 동안 작고 예쁜, 모든 여행의 동반자 분홍 밥솥은 더욱 맹렬히 일했네요.

 제가 차려놓은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그들을 보니, 아들은 분명히 아프고 남편은 너무 바쁜 게 틀림없었습니다.


 남편은 평소 이스탄불 집에서 아껴 먹는 한국 라면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는지 이른 아침, 여전히 그의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책상 위에 그가 손도 대지 못한 채 불어있는 라면과 함께 엎드려서 자고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속상하고 안쓰러웠습니다.


여행의 동반자, 분홍밥솥과 검은색 소스 가방


 그래도 마지막 밤이 되니 두 사람의 표정이 한결 나아 보입니다. 모두 한 고비를 넘기나 봅니다.


 기력을 찾은 아들에겐 웹사이트 'norad'에서 제공하는 산타 할아버지 위치를 통해 산타할아버지가 이스탄불의 우리 집에 선물을 놓고 가셨다고 이야기하고, 아테네에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밤, 두 사람은 드디어 에어#앤비 집에 있는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여행 중 처음으로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이고, 약을 챙기고 그리고 아들 곁에 눕습니다. 다행히 오늘밤, 아들은 열이 내린 듯합니다.

 늦은 밤 아테네, 남편은 아직 작은방, 노트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노란빛을 내는 화면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첫날, 에어#앤비 주인께 아들이 아픈 것을 이야기했더니 체크인도 일찍 시켜주시고, 아이가 괜찮은지 묻고는 체크아웃 시간도 비행시간 전까지 최대한 머물고 가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선의를 또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남편은 약소하게나마 사례를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크리스마스, 우리 세 가족 모두 아테네에서 힘들었지만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밤입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였길.


그리고 이스탄불은 크리스마스였지만, 휴일이 아닌 그냥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종교이든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했길 빕니다.


 고작 혼자서 세 시간 걸은 그리스 아테네 여행 이야기도 곧 써보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밥이 아테네행 비행기 타기 전,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먹는 버거왕이었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이 우기에 여행 비수기에 비가 오지 않는 아테네, 저희 가족은 날씨운은 참 좋은 가 봅니다.

3일 동안 혼자서 비록 총 세 시간을 다녔지만, 사진은 모두 예쁩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아하하.


모두 건강한 연말 되세요.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라도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