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사니 그리스를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처럼 저렴한 비행기표로새벽같이 출발해서 도착했는데, 아들은 아테네에 오자마자 열이 나침대에 누웠습니다.
아테네3박 동안, 이제껏 아들과의모든 여행에서 함께한 작은 분홍 밥솥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여행 중, 제가 한 밥이 아닌 밥을 먹기 위해 한식당에 가는 게 늘 필수코스인데 당연히 가지 못했고, 3박 동안 제가 집 밖을 나간 시간은 세 시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병간호로 이틀간 잠을 설치고 오늘은 3일째, 드디어 4일인 내일은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갑니다. 3박 4일 동안 에어#앤비 집의 모든 조리기구를 다 써보게 될지 몰랐는데, 다 쓰고 가네요. 아하하
늘 준비해 가는 상비약 가방을 열고 고비를 넘기고, 남편은 컴퓨터 앞, 회사일로 그 자리에 붙박이장처럼 앉아 또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곤 여행의 마지막 밤입니다.
대중교통 이용 없이 아테네 시내를 볼 수 있다고, 예쁘다고 유명한 아테네 플라카 지구에 에어#앤비를구했지만 제가 3박 동안 집 밖을 나간 시간은 3시간 남짓입니다.
제가 이렇게라도 나갈 수 있었던 건 본인은 잠도 못 자고 일하고선, 급한회사 일에 한숨 돌린 남편이너라도 구경하고 오라고 배려해 주는 덕분에한 시간 남짓 아크로폴리스 구경도 하고 인증사진도찍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남편은 이번에도 꼼꼼한 여행 계획표를 세웠건만, 회사 일로 에어#앤비 집의 작은 방에서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컴퓨터 앞에서 3일을 보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들과 남편의 병시중과 밥수발을 하느라 3박 4일 동안 작고 예쁜, 모든 여행의 동반자 분홍 밥솥은 더욱 맹렬히 일했네요.
제가 차려놓은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그들을 보니, 아들은 분명히 아프고 남편은 너무 바쁜 게 틀림없었습니다.
남편은 평소 이스탄불 집에서 아껴 먹는 한국 라면을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는지 이른 아침, 여전히 그의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책상 위에 그가 손도 대지 못한 채 불어있는라면과 함께엎드려서 자고 있는 것을보니 참으로, 속상하고안쓰러웠습니다.
여행의 동반자, 분홍밥솥과 검은색 소스 가방
그래도 마지막 밤이 되니 두 사람의 표정이 한결 나아 보입니다. 모두 한 고비를 넘기나 봅니다.
기력을 찾은 아들에겐 웹사이트 'norad'에서 제공하는 산타 할아버지 위치를 통해 산타할아버지가 이스탄불의 우리 집에 선물을 놓고 가셨다고 이야기하고, 아테네에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밤, 두 사람은 드디어 에어#앤비 집에 있는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여행 중 처음으로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이고, 약을 챙기고 그리고 아들 곁에 눕습니다. 다행히 오늘밤, 아들은 열이 내린 듯합니다.
늦은 밤 아테네, 남편은 아직 작은방, 노트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노란빛을 내는 화면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첫날, 에어#앤비 주인께 아들이 아픈 것을 이야기했더니 체크인도 일찍 시켜주시고, 아이가 괜찮은지 묻고는 체크아웃 시간도 비행시간 전까지 최대한 머물고 가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선의를 또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남편은 약소하게나마 사례를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크리스마스, 우리 세 가족 모두 아테네에서 힘들었지만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밤입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였길.
그리고 이스탄불은 크리스마스였지만, 휴일이 아닌 그냥 월요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종교이든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했길 빕니다.
고작 혼자서 세 시간걸은 그리스 아테네 여행 이야기도 곧 써보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밥이 아테네행 비행기 타기 전,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먹는 버거왕이었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이 우기에 여행 비수기에 비가 오지 않는 아테네, 저희 가족은 날씨운은 참 좋은 가 봅니다.
3일 동안 혼자서 비록 총 세 시간을 다녔지만, 사진은 모두 예쁩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