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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Mar 11. 2024

그럴듯한 편집 없이, 독일 뮌헨

해외에서 아이와 여행기간이 길어질 때의 준비물

 내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연재하는 일은 얼굴을 모르는 이에게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를 규칙적으로 쓰는 것과 같다. 마치 행운의 편지처럼, 일상에 불현듯 들어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마력을 지닌, 신기하고도 이상한 공간이다.


 마치 한국에선 별 거 아닌 것이 이스탄불에서 아주 소중하고 귀하게 변하는 것처럼, 한국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냉동만두를 소중하게 구워 먹는 일, 온 가족이 함께 이를 나눠 먹고선 맛있다를 연발하는 이스탄불의 일상처럼. 글쓰기는 마치 일상 속의 여행 같다.


 지금의 이스탄불 속의 내 삶이 마치 여행인 것처럼 여전히 느껴지듯 말이다.



2023년 6월 27일

 어제 저녁, 오스트리아에서 렌터카로 독일 뮌헨으로 왔다.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나가야 하지만, 이미 녹초가 된 어른이 '싫어요'를 탑재한 아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은 더 큰일이다.

 유럽의 여름, 저녁임에도 뮌헨의 하늘은 밝다. 하지만 나 또한 씻고 나니 좀처럼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다. 아들은 나가자는 나의 잔소리에 퉁퉁거린다.


 "나가기 싫어. 엄마"

 "밖에 나가도 결국 피자랑 소시지인데."


 남편도 이에 한 마디 거든다. 솔직히 유럽 여행이 길어지면 외식이 외식이 아니게 된다. 밥이라고 먹고 난 후에도 점차 속도 더부룩해지고 빨갛고 칼칼한 고향의 무언가가 그리워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샐러드를 잘 먹지 않으니, 밀가루가 가득한 빵류가 식사로 며칠째 이어지면 아들과 남편의 식사량도 현저히 줄고, 결국 이 어미는 왠지 모를 걱정에 휩싸인다.


  "저 녀석 변비인가? 왜 샐러드는 안 먹어!"


  결국 밥이란 그런 것이다. 실상 한 두 끼를 안 먹어도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길어지면 몸이 아픈 것. 여행이 끝나고 아이와 어른이 아프다면, 그건 대충 먹고 평소보다 열심히 다녔기 때문이다.


결국, 걱정 많은 엄마와 아빠는 몇 번의 여행 후, 주섬주섬 캐리어에 넣는 것이 많아졌다.


 1. 온 가족 수저, 냉온 가능한 밀폐용기, 고기 집게, 가위 조리도구, 비닐팩, 휴대용 전기코펠, 휴대용 전기밥솥(한국에서 미리 구매) 등

 2. 각종 양념 및 필수 도구

  소금, 후추, 간장, 식용유, 국수, 한알로 육수 내는 제품, 참치캔, 라면(자장라면 및 매운 라면), 쌈장, 볶음 고추장, 캡슐 유산균, 멸치볶음, 김, 쌀(현지 마트서 구매가능), 설거지용 세제, 수세미




 아이와의 여행 후, 카카#톡 프로필의 예쁜 풍경 속에 아이와 남편 그리고 내가 웃고 있다. 하지만 여행 속 많은 장면은 남편과 내가 서로를 챙기고 다투고 웃고,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순간이다. 다시 운전을 하고 마트를 찾아가 장을 보고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일상.


 여행을 왔다고 매끼를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이며 그리고 그런 곳에서의 화려한 식사가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누리는 많은 그 시간은 항상 잘 짜인 드라마나 영화의 각본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와 우아하게 밥을 먹고, 비싼 식당에서 그 값을 온전히 누렸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하루, 속상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서는 일.


 엄마가 되면, 그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특히 아이와 그리고 나이 먹은 엄마, 아빠는 영화처럼 여행할 수 없다. 영화엔 언제나 편집이 필요한 것처럼, 나는 또 뮌헨에서 밥을 짓지만 이 순간은 예쁘게 편집되어 내 프로필 사진 속에 오를 순 없는 것이다.


 호텔방에 앉아 쏟아 오르는 김을 보며 아이에게 '뜨겁다'를 연발하는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 그 뿌옇고 짙은 사랑 때문에 다음 날 아들은 빵을 보며 다시 기쁨의 탄성을 지른다.


 갓 지어진 밥에 간장을 넣고 김을 싸, 온 가족이 호텔 바닥에 둘러앉아 늦은 저녁을 먹어본다.


 "엄마, 참치 넣으니까 엄청 맛있어."


'내일은 호텔 조식이다. 아싸!'라는 엄마의 속마음을 숨기고 아주 젊잖게, 잘 차리지 못했는데도 잘 먹어줘서 고맙다며 아들에게 포근한 말을 건넨다. 먼저 씻고선 밥솥에 쌀을 안친 남편도 아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우리의 뮌헨은 그럴듯한 편집 없이. 따뜻하게 시작되었다.


https://maps.app.goo.gl/tme3P8pzT1wM2uhP7

 '해리스 홈 뮌헨 호텔, 아파트먼츠'에서 숙박했습니다. 바닥이 카펫이 아니며 객실의 공간이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저희는 렌터카를 이용했지만, 역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마트 등 식재료를 구할 편의시설이 가까웠습니다. 취사가 가능한 아파트먼트로 예약하려고 했으나 예약 실수로 호텔형에 투숙했습니다.

 아이와의 여행이 3일이상 길어진다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숙박시설이 더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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