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 불을 바로 켜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지는 몇 초가 좋았다.
낮 동안 쌓였던 소음들이
이 시간에야 제자리를 찾는다.
누가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는 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기.
소파에 앉아 가만히 숨을 고른다.
오늘 하루를 잘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사히 끝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어둠 속에서는
생각들도 조금 부드러워진다.
낮에는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밤이 되면 괜히 작아진다.
불을 켜지 않은 채로
잠시 더 앉아 있기로 한다.
이 조용함이 사라지기 전에.
오늘의 마지막은
아무 말 없는 시간으로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