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하루

by 착한나눔이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 하루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았다.
일찍 일어났지만 다시 누웠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


시간이 남아도는 날은
괜히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마음을 그냥 두기로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하루는 충분히 흘러간다.


점심 이후의 시간은 더 느렸다.
시계는 잘 가고 있는데
나는 거기에 맞추지 않았다.
뒤처진 게 아니라
잠깐 옆으로 비켜선 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날이 가끔 필요하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괜찮은 사람임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날.


오늘은
그저 지나가도 되는 하루였다.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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