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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ug 27. 2023

13평 맨션에서 4인가족의 새로운 생활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일본 치바로 온 지 8개월이 지났음에도 치바에 첫 발을 내딛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1월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 몸은 움츠려 들었고 낯선 환경에 놓였다는 긴장감 속에 마음도 한껏 작아져 있었다.


우린 인천에서 오후 4시 비행기로 출발하여 나리타공항에 6시 30분쯤 도착했고 3개월 전 먼저 치바에서 생활하던 남편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두 팔 벌려 서있는 남편의 모습이 어찌나 든든하고 반가운지.


남편의 모습 뒤로 날이 저물어 어둠 속에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가 살아갈 집이 11층 오래된 맨션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11층 중 우리의 집은 3층.  30평대 서울에서 생활하던 집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남편에게 이야기 들어 대충 예상은 했지만 오 마이갓! 80년대 딱 그 느낌!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부모님과 나와 여동생 이렇게 4 식구가 살았던 작고 오래된 집이 오버랩되었다. 서로 함께 부대끼며 잠을 자고 나의 방을 간절히 갖고 싶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방이 일본의 전통 다다미방이라는 것!^^





 “우리 방 2개짜리 거실이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 무슨 말이야?  가족이 함께 파견 나가는 건데 더 큰집은 안된대?” “ 회사규정이라 바꿀 수가 없대.....”


절대로 그런 곳에서는 못 산다고 생각했었다. 각자의 방에서 편안하게 지내다 사춘기 5학년 딸과 1학년 아들, 부부, 4 가족이 방도 각자 없는 좁은 곳에서 산다는 건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가능, 절대로는 없다는 것을.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했고 상황이 바뀔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이 낳다는 것을.



 이곳 생활은 한국과의 생활과는 너무 다르다. 집의 평수가 작기 때문에 수납을 어떻게든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다이소는 수납을 도와주는 용품들이 굉장히 잘되어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가방과 모자는 무조건 벽에 걸어야 하며 다행히 집 천장이 높기 때문에 머리 위로 봉을 달아 부피가 큰 옷들이나 수건은 그곳에 걸고 건조기나 식기세척기처럼 주부를 위한 머신들은 없기에 다 손수 해야 한다. 어릴 때 나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점들 투성이었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어서 불편한 점들이 하나씩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우린 이곳 치바의 작은 맨션에서 생활하며 그동안 누렸던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각자의 방, 넓은 거실, 편리했던 가전들, 좋은 가구 모든 것이 그냥 누려지는 것은 아님을 배웠다. 비록 집은 작고 소박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전보다 더욱 돈독해졌다. 물론 함께 부대끼며 서로에게 짜증 나고 혼자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 치바가 좋다. 선명한 하늘, 하늘 위에 수놓은 구름, 여유로운 생활, 친절한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15분 정도면 언제든 아이들과 아름다운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것!


삶은 결국 감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있든 결핍과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감사’가 그것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해외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가족의 보금자리 맨션을 주심에 감사하고 치바의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오순도순 살을 맞대며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집이 좁고 불편해 짜증이 밀려오다가도 이 또한 지나고 보면 우리 가족에게 어디서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큰 추억이 되겠지 라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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