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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ug 29. 2023

나는 매일 아이들에게 희망을 배운다.

두 아이들의 일본 소학교 적응기


일본에서 가족이 생활하게 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일본 소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말도 안 통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아니 따라가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수업에 참여나 할 수 있을까, 일본 친구들과는 어울릴 수 있을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에 못 다니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고 나는 날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혹시 하고 있는 가족이 있지 않을까 밤새 인터넷을 검색했다.


하지만 지금 소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두 아이들을 보며 일본 소학교는 적응이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도쿄에 동경한국학교나 국제학교를 보내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던 조언에 초조하고 불안해서 그만둘까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이제는 안다. 인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큰 긴장감 속에 아이들은 일주일정도 준비기간을 거친 뒤 드디어 치바의 작은 국립소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다행인 건 학교의 규모가 크지 않아 각 학년에 1 반씩밖에 없고 작은 아이는 반 친구들이 20명 남짓   , 큰아이는 15명 정도의 친구들이 있다. 오히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학교라 안심이 되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2학기인 반면 일본 소학교는 3학기로 나뉜다. 그래서 우리가 해외 생활을 시작하게 된 1월은 학교가 방학이 아니고 3학기 중이었다. 아이들은 1학년, 5학년으로 편입한 후 3학기를 마치고 짧은 봄방학에 들어간 뒤 4월에 6학년, 2학년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같은 아이들이 한 반에 모두 함께 올라가니 더 적응이 쉬웠다.




 길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를 다니는 아이들은 불편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버텨내며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자신감이 커서 일본어를 잘 못해도 친구들과 잘 소통하지 못해도 외국인이니 어쩔 수 없다며 불안해하거나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그 힘은 실로 크고 강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못하는 것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느리지만 서서히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때론 울컥하고 때론 대견하며 아이들을 통해 매일 희망을 배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깨달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부모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잘 적응한다는 것. 물론 큰아이보다 작은아이가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고 적응도 빨랐다. 그래서 해외생활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체감했지만 큰아이도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물론 둘째보다 힘든 점이 훨씬 많을 텐데 씩씩하게 잘 다니는 큰아이를 보면 마음이 짠해지고 코끝이 찡해온다. 어찌 보면 해외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일본 소학교에 잘 다녀주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고맙고 더 대견하다.



일본 소학교의 운동회, 참관수업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낯선 문화, 새로운 만남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졌다. 물론 불편하고 어려운 점들 투성이지만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지루해할 틈이 없었고 불편함 속에서 배우는 점도 많았다.


한국에 있을 땐 아이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해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대신해주려고 했고 또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불편을 대신 해소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믿어주고 아이의 편에서 응원해 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어떤 보석보다 값진 깨달음이었다.


언어문제나 문화적으로 아직 부딪혀 나가야 할 문제는 많지만 아이들은 하나씩 배워가며 조금씩 성장해 나갈 것이다.


예린, 민재 파이팅! 엄마가 늘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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